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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May 15. 2024

01. 나도 아찔한 도봉산이 처음이라   

하마터면 은둔자가 될 뻔했다



유니버셜웨이트 타로카드. 메이저아르카나. 9번 은둔자(내적 성찰 카드)


사회 초년생 시절 ~ 만만치 않은 막내 생활로 한참 마음고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한 나머지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어디 깊은 산속에라도 들어가 콕 박혀 안 나오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마침 친구의 남자친구가 "건슬아 진정한 젊은이의 패기를 보여줘야지. 어떻게? 산정산 한번 올라봐?" 라며 으스댔고. 그까짓 것 못할 건 또 뭐야 싶어. 태어나 처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이 세상에 ~ 쉬운 것은 하나 없다더니. 도봉산마저도 제게 정상의 자리를 호락호락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중간쯤 올랐을까. TV에서나 보던 암벽 비슷한 곳을 오로지 맨손으로 붙잡고 발로 디뎌 올라야만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밧줄하나 잡고 바위와 바위사이를 넘어가야 하는 아찔한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산이 너무 험한 나머지. 큰 후회와 함께 뒤를 돌아보는 순간! 제 눈에 띈 건 징그럽게도 시커먼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수였습니다. 이미 산을 많이 오른 터라. 다시 되돌려 산 입구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젊은 사람이 우리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보다도 느려터져 가지고서는 산에 뭣하러 와서 방해야! 타지도 못할 거면 오르지를 말아야지.'라는 등산객들의 역정에 저의 내면 아이는 큰 소리로 '건슬아 할 수 있어. 이대로 GO!'를 외치며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아무리 산이 험하다 해도 정신줄을 놓지 않는다면 산신령님이 길을 열어주실 거야)

결국 사회 초년생의 뜨거운 열정과 의지로 산 정상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내내 목숨의 위태로움을 느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였음을! 제 자신에게 인정받은 기분이들어 더없이 기뻤습니다.


철부지 시절~ 내적으로 좀 더 성숙해지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무작정 지인을 따라나섰던 오래전 그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무엇이든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아무리  명소라 할지라도 나와 맞지 않는 때와 장소라면. 그에 따른 톡톡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나 자신과 마주하고 싶을 때는 나의 심신이 안정을 느끼고. 삶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곳에 머무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무조건 험한 곳이어야만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던 잊을 수 없는 아찔한 희열이었습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 마음의 평화가 본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영원히 술래잡기를 하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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