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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Feb 03. 2024

깍두기 어떻게 담가야 맛있어요?

유튜브를 찾아보세요

요리에 손 놓은 지 꽤 오래됐다.

아마 큰 아이가 대학 들어갈 때쯤부터였던 거 같다.

솔직한 진짜 이유를 찾자면

재미가 없어져서다.

요릴 한들 하루 한 끼도 먹을 사람이 없으니 의욕이 사그라들었다는 게 더 맞다.




그런 내게 촌집에 사는 엄마가 무를 3개나 주셨다.

아이들은 다 커서 모두 제가 먹고 싶은 거 알아서 잘 먹고살고 있고 음식을 해도 먹을 사람이라고는 기껏해야 남편뿐이다.

무농약으로 키워설까? 무청까지 시퍼렇게 살아있는 이 싱싱한 무로 대체 뭘 해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무말랭이를 만들자니 잘 말릴 자신이 없고, 잘 말렸다 치더라도 그걸 다시 불려 무침을 해먹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고민 끝에 그나마 아삭한 식감이 있고 잘 먹을 법한 깍두기를 담그기로 했다.

얼마 전 콩나물국밥집에서 국에 밥을 말아 크게 한 숟가락 떠 자기 엄지손톱만 한 깍두기 하나 턱 얹어 우걱우걱 잘도 먹던 딸아이가 생각나서였다.

어떻게 하면 그 국밥집 같은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깍두기를 만들 수 있을까?




같이 일하는 A에게 깍두기를 어떻게 담그냐고, 어떻게 담가야 맛있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녀는 30대 후반이고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으요리를 꽤 잘한는 걸 며칠 전 싸 온 김치찜을 먹어보고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엷은 미소를 띤 채 잠시 눈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를 두어 번 하더니 간단명료하게


"어... 유튜브를 찾아보세요"라고 말했다.


그 미소의 뜻인즉,

나도 몰라요 유튜브에 여러 가지 담그는 방법이 나오니 거기서 취향에 맞는 요리법을 보고 따라 하라는 얘기였다.


갑자기 한대 얻어맞은 기분?

그저 그 의 레시피가 궁금할 뿐이었는데...

깍두기의 단맛을 내기 위해

양파를 넣는지,

설탕을 넣는지,

매실액을 또는 사이다를 넣는지 이런 것이 알고 싶을 뿐이었다.




유튜브 찾아보세요...

그건 나도 안다.


근데 이게 뭐라고 난 서운한 거지?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

각양각색의 정보를 허락되는 시간 안에 무한대로 서비스받을 수 있다.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콘텐츠를 분초 단위로 소비한다.


그런데 더 힘들다

왤까?

많아도 너무 많다.  


모두가 다 이렇게 담그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며 깔끔하고 아삭한 맛에 아이들이 밥 한 공기 뚝딱 클리어한다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가정마다 다른 취향, 다른 입맛을 가지고 있으니 뭘 취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니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일까?

어느 땐 쓸쓸하기까지 하다.

오감으로 요리를 배울 수 있던 그때

친구가 알려준 매운 멸치볶음, 옆집 엄마가 알려준 김치 물생기지 않게 담그기... 모두 열거할 순 없지만

선 음식섭취, 후 방법 묻기 단계가 괜스레 그립다.


이거 너무 맛있다며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물어보면 비밀 상자를 열듯 사실은 그게 말이야... 하며 썰을 하나하나 풀었던 단순하지만 신뢰가 갔던 그 레시피




어떻게 하면 깍두기를 맛있게 담글 수 있을까?

 

그냥 큰 솥에 황태포 넣고 멸치랑 대파 그리고 무 숭덩숭덩 잘라 넣고 통마늘 넣어 육수나 만들어 두기로 했다.


맛있게 할 자신이 없다.

그때처럼 구전으로 내려오는 스토리를 맛깔나게 1:1 밀착 케어받지 않아설까?


이 정보의 바다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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