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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Feb 03. 2024

너를 끊기로 했다

잠자기 전 그리고 눈을 뜨는 순간

늘 바쁜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가장 편한 시간은

단연 인간의 몸 중 무겁다고 소문난

 '머리'를 푹신한 베개에 누일 때가 아닐까 싶다.


가벼운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린 뒤 샤워 후 섬유유연제 향이

적당히 나는 뽀득뽀득한 흰티셔츠와 편안한 레깅스를 입는다.

시원한 물 한잔 들고 따뜻한 이부자리에 눕는다.

이때 좀 과장하자면 세상을 다 얻고,

하루를 잘 살아낸 내게 주는 선물 같은 기분이다.


잠깐 고민이 든다.

뭔가를 조금 먹고 싶다. 그러나 되뇐다.

그러면 난 분명히 내일 아침에 나타날 현상(붓기와 거북해지는 속)으로 엄청난 후회를 한다에 200% 확신한다.





그렇다면 그에 버금가는 위로가 필요하다.

늘 선택했던 게 sns다.

페이스북을 거쳐 유튜브를 보며 여러 가지 콘텐츠를 소비했다.





광고가 나오면 잠깐 보다 스킵했고

관심 있는 광고는 유심히 보다가 구매로 넘어가기도 했다.

언제부터는 이것저것도 싫어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니

세상 편하게 스킵할 필요 없이 광고가 아예 뜨지 않는다.

역시 돈의 위력이다.

그 광고를 안 볼 권리를 돈으로 샀다. 그리고 안 볼 자유를 누린다.




잠이 안 올 때는 좋아하는 강의를 틀어 두고는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어느 순간 생각했다.

왜 잠자리에 들면서까지 뭔가를 끊임없이 하고 그로 인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을까?

sns의 콘텐츠를 잠자리에 누워서 까지 열심히 소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또 sns와 마주한다.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서치하고 하루 일정을 잠깐 생각한 후

밤사이에 일어난 사건 사고를 훑는다.

sns는 편리하게 나의 지적 욕구를 틈틈이 채워 주었고

새로운 트렌드를 열심히 알려주는 고마운 도구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쯤이면 중독이 아닐까 하는 심각한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뜬 후 아무것도 안 하고 누운 채로 30~40분을 훌쩍 넘기는 날이 몇 날 며칠 지속된 어느 날이었다.

하루를 준비하기에도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sns를 끊기로 했다.

잠자기 전 그리고 눈을 뜨는 순간


멍이라도 좋으니 그냥 누워서 생각하다 잠들 수 있는 시간

잡생각이라도 좋으니 오늘 하루 할 일을 미리 생각하는 시간

그런 여백을 두기로 했다.


금쪽같은 하루를 정리하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며  

넘쳐나는 콘텐츠 소비로 숨이 턱까지 차는 조급한 감정에서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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