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켜줄게 꼭!!
요즘 미소반에서 우체국 놀이가 한창이다.
어린이집 현관에 빨간 우체통을 만들어 두더니 자그마한 바구니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편지지와 우표를 소담스럽게 담았다.
매일 아침이면 큰 색상지로 접어 만든 <우체부>라고 쓰여있는 모자를 쓴 꼬마 우체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내 방문을 똑똑똑 두드린다.
원장님 편지 왔습니다.(목소리도 굵고 비장하다.)
그리고는 대단한 일을 완수하러 왔다는 표정으로(평소에 잘 웃는 아인데 웃음기를 쫙 뺀 진지한 모습이다.)
편지를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총총히 사라진다.
오늘도 러브레터를 2통이나 받았다.
sns가 편지도 마음도 정성도 대신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정말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남자 1명 여자 1명에게 받았다.
원장님 사랑해요 원장님 고마워요 하트 뿅뿅이라는 내용의 편지가 오더니
한 통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원장님지켜주셔서감사함니다.
띄어쓰기도 맞춤법도 틀리지만
한참을 쳐다봤다.
마음이 솜사탕처럼 날개를 단 듯 팔락거리다가
저 파란 하늘의 뭉개 구름처럼 날아갈 듯 자유롭다가도
이 소중함 마음을 잘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에
마음이 콩콩거린다.
그래 **야 원장님이 꼭 지켜줄게
내일도
그들만의 언어로 우체국놀이는 계속될 거다.
어느 날은 학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대신 써준 편지로
또 하루는 그림이 잔뜩 그려진 편지로
그리고 삐뚤빼뚤 눌러쓴 편지로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것
그것이 내가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는것>임을 다시한번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