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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Feb 03. 2024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지켜줄게 꼭!!


요즘 미소반에서 우체국 놀이가 한창이다. 

어린이집 현관에 빨간 우체통을 만들어 두더니 자그마한 바구니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편지지와 우표를 소담스럽게 담았다.


매일 아침이면 큰 색상지로 접어 만든 <우체부>라고 쓰여있는 모자를 쓴 꼬마 우체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내 방문을 똑똑똑 두드린다.


원장님 편지 왔습니다.(목소리도 굵고 비장하다.)


그리고는 대단한 일을 완수하러 왔다는 표정으로(평소에 잘 웃는 아인데 웃음기를 쫙 뺀 진지한 모습이다.) 

편지를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총총히 사라진다.


오늘도 러브레터를 2통이나 받았다. 


sns가 편지도 마음도 정성도 대신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정말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남자 1명 여자 1명에게 받았다. 


원장님 사랑해요 원장님 고마워요 하트 뿅뿅이라는 내용의 편지가 오더니 

한 통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원장님지켜주셔서감사함니다.

띄어쓰기도 맞춤법도 틀리지만 

한참을 쳐다봤다.




마음이 솜사탕처럼 날개를 단 듯 팔락거리다가 

저 파란 하늘의 뭉개 구름처럼 날아갈 듯 자유롭다가도

이 소중함 마음을 잘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에 

마음이 콩콩거린다.


그래 **야 원장님이 꼭 지켜줄게


내일도 

그들만의 언어로 우체국놀이는 계속될 거다.

어느 날은 학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대신 써준 편지로

또 하루는 그림이 잔뜩 그려진 편지로

그리고 삐뚤빼뚤 눌러쓴 편지로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것 

그것이 내가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는것>임을 다시한번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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