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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단순하며 가볍게 살아가기로

20대 중반 여자들의 대화

by 밍풀

마지막 한국 방문에 1년도 채 안 되어 약 2주간의 휴가를 내고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시차적응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며칠 뒤, 오랜만에 애정하는 지인과 만났다.


미처 글로 풀어내기에는 다 전하고 담기 어려운 그동안의 근황들을, 그제야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미국 생활에서의 어려움과 그 밖의 다른 고민들을 나누며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지인의 눈길. 나에게 부디 먹는 것만큼은 “제대로 잘” 먹기를 당부했다.


친척 분 중에 미국에서 MBA를 하시던 분이 공부를 하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햄버거를 드시다가 지금은 그로 인해 지방암으로 고생하고 계신다고. 자조적으로 덧붙이는 말이, “건강 관리도, 결국은 오래 살려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조금 더 편하게 죽기 위해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만으로는 여전히 20대 중반인 우리가, 벌써 인생을 다 산 것 마냥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웃겼다.


그 동안 서로가 다 말로 전하기 어려운 힘듦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순간 함께 곁에서 나누고 훌훌 털어버렸으면 조금은 그 시간을 가볍게 지나올 수 있었을까 -‘라는 정답 없는 질문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떠올랐다.







나의 힘듦을 혹시나 주변에 전가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고민을 털어놓기”를 잘 못한다. 아마 나보다 힘든 상황들이 많을 텐데 지금의 내 고민은 그저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다‘라고 혼자 결론 내리는 과정을 거쳐서 더 그런 것 같다. 그 전의 글에도 적었듯이, 혹시나 얘기하게 된다면 그건 더 이상 고민이 아니거나 이미 그 시기를 지나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나에 대하여 한국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 동안 심리상담사님에게 “철이 빨리 든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들었다.


동생과 얘기를 나누던 중에도 동생이, “언니가 철이 빨리 들어서 투정 부려야 할 때 그러지 못하게 된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그런가. 한 번도 내가 철이 들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도 그러했다.



물론 언제나 조금은 더 단단해지고 흔들림 없길 바라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꼭 철들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마냥 어린아이처럼 지내는 사람이, 그래도 삶을 해맑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굳이 모든 세상 짐 끌어안은 것 마냥 진지하게 살 필요가 뭐가 있나.

그렇지 않아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인데.




유쾌하고 단순하게, 가볍게 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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