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단어들
사람마다 다른 행성에 사는 듯하다. 내가 느끼는 말의 무게는 이렇게 무거운데, 누군가의 말은 너무도 가벼워 도저히 붙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는 입천장을 강하게 붙잡아 도저히 입을 벌릴 수 없게 만든다.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가볍고 실없는 말들만 새어 나오고 이조차 무거워 낮게 깔린다. 나조차 감당하지 못하기에 중력은 점점 강해지고 무게는 늘어만 간다.
앓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딛는 땅은 물러져 늪이 되어간다. 무릎을 가득 덮은 행성은 가까워진 만큼 강력한 중력으로 끌어당긴다. 해결책은 하나다. 뱉어버리기. 그러니까,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저 사람도 가라앉는 중이 아닐까? 얼핏 보기엔 가벼운 말들만 뱉어대는 사람 같지만 저마다의 고민이 묵직하게 혀를 누르는 바람에 말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닐까? 모두가 가라앉는 늪이다. 비밀을 위한 대나무숲은 없다. 꺼내지 못한 채 질식해 죽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