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나라의 정원사 Mar 14. 2024

달나라의 정원사

토끼와 사슴과 다람쥐는 친구였어요. 달빛언덕에서 세 친구는 밤마다 모여 민들레 씨앗을 불었어요. 그런데 토끼는 쉽게 지치는 아이였죠. 뭐든지 싫증도 잘 느끼고 친구들과 같이 놀아도 오래 놀진 못했어요. 그날도 달빛언덕에서 민들레 씨앗을 불고 있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더니 문지기 별님이 나타났어요. 그러고는 하늘에서 너희들이 하는 걸 다 보았노라고, 달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정원사가 필요하다고 말하죠.  그런데 정원사는 딱 한 명. 보름달이 되던 날 시험이 있다고 하고, 그때 테스트를 해서 정원사의 직함을 주노라 하였지요.


 사슴은 몸매도 늘씬하고 무엇보다 긴 뿔은 경쟁력이 있었지요. 가지치기나 높은 나무는 얼마든지 손질할 수 있거든요. 다람쥐는 동작이 빠르고, 부지런해서 작은 밭을 가꾸기에는 좋다고 말하죠. 그런데 거북이 경주에서도 져버린 토끼는 할 말이 없었지요. 게으르고, 싫증도 잘 내고, 인내심이 없는 아이. 그렇지만 친구들에게 지기는 싫었지요. 무엇보다 토끼가 불어서 날린 민들레 씨앗은 달나라에 많이 모여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슴은 자기 외모만 가꾸기에 바빴고, 욕심이 많은 다람쥐는 달나라에 옮길 도토리를 모으느라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리죠. 그렇지만 토끼는 달랐어요. 씨앗을 하나, 둘 모았어요. 그리고 ‘달나라에 올라갈 민들레’란 푯말을 꽂고,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보름달이 떠오르자, 문지기 별님이 나타났어요. 사슴에게 무얼 준비했냐고 물었지요.

“매일 운동도 하고 털도 가지런히 골랐단 말이죠. 이 멋있는 뿔은 가지치기엔 딱 좋아요. 긴 다리로는 넓은 정원을 빠르게 다닐 수도 있고요. 손님도 오면 안내도 할 거라고요.

 다람쥐에도 물었지요.

 ”저는 도토리가 열리는 갈참, 졸참, 굴참나무, 밤나무를 심으려고 합니다. 달나라엔 당연히 씨앗창고가 있겠지요. 별님?"

이번엔 토끼 차례예요.

 ”저는요, 민들레 밭에 울타리를 치고 씨앗들을 돌봤어요. 작은 씨앗 하나라도 가지고 가려면 소중하거든요.  민들레 일기도 쓰고  관찰일지도 만들었어요. “

 씨앗 주머니를 펼치자 그곳에는 각종 씨앗들이 들어있었지요.

 ”도꼬마리 씨앗, 클로버 풀씨, 민들레 씨앗까지요. “

 문지기 별님이 마음에 든 친구는 토끼였어요. 문지기 별님 따라 토끼는 빛이 내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달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토끼눈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게 되죠.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 위에 움푹 꺼진 구덩이만 가득한 나라. 먼지가 앞을 가려 기침이 터져 나왔고요. 그날밤 토끼는 잠이 오지 않았어요. 따뜻한 굴집과 엄마가 그리웠기 때문이죠.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토끼(토비)야 넌 꼭 해 낼 거야, 엄마는 토비를 믿는단다. “

무엇보다 토끼는 자신이 해낼지 믿어보기로 했어요. 씨앗주머니를 단단하게 쥐고는 동네를 돌아보았어요. 그런데 몸에 털이 많이 난 달 도깨비가 나타난 거예요. 달 도깨비는 넝마를 등에 걸머지고, 먼지 한 톨로 용서 못하는 까칠한 청소부였지요. 달깨비 따라 비의 바다, 맑음의 바다, 고요의 바다를 차례대로 돌며 청소를 했지요. 다음날, 토끼는 표시를 해둔 ‘비의 바다’에 가서 구덩이에 씨앗 한 톨을 심었어요.

 ”씨앗들아, 이젠 여기가 집이야, 꼭꼭 숨어. 적당히 어두워 잠 자기도 좋을 거야. “

 토끼는 달님이 물도 주고, 싹이 트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걸 아는 달깨비가 가만있을 리가 없잖아요. 한바탕 싸움이 치러지고 토끼는 씨앗 주머니에서 도꼬마리 씨앗을 던졌어요. 벌레라고 생각한 달깨비는 온몸에 붙은 도꼬마리에 어쩔 줄 몰라하죠.

 그렇게 싫증도 잘 내고 뭐든지 끝까지 하지 못하는 토끼는 달 구덩이를 이용해서 민들레를 틔우는 정원사가 되었지요. 달나라에 일렁이는 노랑 민들레밭을 보고  달님이 물었지요. 소원이 무엇이냐고? 토끼는 다른 별에 도가고 싶다고 말해요.

     

물론 달나라엔 식물이 자랄 수 없지요. 공기도 물도 없는 곳에 생명이 뿌리를 내리긴 힘들 거예요. 그렇지만 우린 소원을 이루어주는 달님을 믿으니까요. 이렇듯 판타지 세상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한 세상이에요. 저는 계속 이 판타지 세상에서 오늘도 안테나를 세우며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 출판시장이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창작지원금도 많이 삭감되었고요.  저도 척박한 땅에서 씨앗을 뿌리는 토끼와 같이 원고를 들고  수많은 달깨비들을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하하.  그렇다고 세상도 어려운데  판타지를 포기할 순 없잖아요? 여러분!  이상 본업이 동화창작인  달나라의 정원사였습니다. 


달나라에 사는 청소부 달깨비


작가의 이전글 물에 잠긴 고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