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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나라의 정원사 Apr 05. 2024

나는 이렇게 글을 쓴다

 창작 스터디를 한지는 10년 정도 된다. 동화 수업을 받으면서 그때 만난 인연들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우리 회원 중엔  일문학 전공한 교수님도 계시고, 소설가도 있고, 동요 쓰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영화제에서 리뷰 쓰다가 온 사람도 있다. 한 달에 한번 모임이지만 동화 단편 30매 (에이포 5장) 분량을 매달 쓰기는 쉽지 않다. 난 수업을 받으면서 집에 가면 바로 단편을 썼다. 처음엔 소설 단편 100매를 써보다가 동화 30매 쓰는 게 그렇게 어렵겠냐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대상이 아이들이 아닌가?  내가 주로 썼던 문체는 아마 만년체가 많았지 않았을까 쉽다. 그렇게 비문장도 많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쓰는 문체다 보니 내겐 많은 문제가 있었다. 고백하자면 수필을 쓰면 이상하게 감정과잉이 된다.  스토리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때론 소설이었다가, 수필이었다가, 주인공은 아이지만  내가 봐도 무슨 글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야기의 구성요소, 인물, 사건, 배경이 기승전결로 이어지는데 이렇게 뼈를 깎는 고통이라니. 나는 내가 한심했다. 동화는 내가 이태까지 만난 세상과 달랐다. 고백하지만 난 일 년 동안 동화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그림책은 좋아했던 것 같다. 도서관에 가서 동화책을 수십 권 읽었다. 이런 말이 있지 않는가 10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자신이 쓰는 한 편의 글이 낫다고.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내가 그동안 써온 문체나 문장을 버리기로 했다. 내가 주로 좋아했던 묘사를 걷어내는데 글이 글 같지 않았다. 시나리오처럼 대화체만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난 문어체를 바로 구어체로 바꾸었다. 문장에서 한문이나 어려운 단어를 걷어냈다. 단문에 공을 들였다. 쓰고 보니 꼭 양념을 하지 않고 무친 나물 같았다. 처음엔 일인칭 화법을 썼다. 그냥 내가 주인공이 되어 써 내려가는 스토리가 편했다. 그렇지만 스터디에선 모든 게 용납되지 않았다. 주인공의 성격, 구성요소, 서사의 흐름, 작위적인 장면들, 이것까지는 또 좋다. 그런데 나중엔 그럼 메시지는 뭔가? 이 질문 앞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자존심도 상하고 다 관두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모임은 예리하게 작품을지적하지만 작가를 몰아치는 그런 분은 없다. 가끔 이런 스터디가 깨지는 경우는 대부분 작가들의 자존심 싸움이 가장 크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될 것은 대부분 사람들은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작가를 나무라지는 않는다. 나는 그걸 깨닫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지만 그렇게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면 문제 될 게없다. 아무튼 그렇게 작품을 쓰고, 가서 깨지고, 다시 고치고 그런 나날들. 그러다가 공모전에 임박하면 아무 생각 없이 작품을 넣었다. 내가 내 작품을 검증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캐릭터를 고치고, 또 스터디 갔다가 밤새우며 고쳤던 작품이 어느 공모전에서 최우수에 이름이 올라갔다. 상금은 500만 원이었다. 고작 에이포 5장에 500만원이라니. 한장에 100만원 정도의 상금을 받은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시상식을 마치고 오는 길에 또 조선일보에서 우수상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부산 오는 기차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바로 등단이었다. 작가가 된 것이다. 나는 상금으로 스터디 회원들에게 거하게 밥을 샀다. 지금도 나는 한 달에 한 번 단편을 쓰고 더 생각이 이어지면 장편으로 연결한다. 그리고 그 작품이 아르코에도 이름이 올라가고, 해양스토리 공모전에도 올라가서 출판사로 연결되어 책도 냈다. 지금은 판타지 세상을 그리는 게 너무 좋다. 그 세상 안에서 나는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어릴 적 소원들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작품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또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바로 내 작품의 캐릭터가 된다. 나는 영화에서, 책에서 여행을 다니면 주로 소재를 구상한다. 영화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장치들, 감독의 의도, 메시지 등을 읽으면서 작품을 쓰게 되고, 길을 가다가 발견한 간판이나 어느 문장에서도 단편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메모해 두었다가 집에서 열심히 글을 쓴다. 동화는 소설에 비해 기회가 많다. 등단도 쉽다. 물론 처음엔 쉽지 않다. 내가 그동안 입었던 옷을 벗고 전혀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창작하는 게 더 즐겁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이 내 작품속에서 마음대로 뛰어놀고, 전혀 다른 뜻밖의 세상으로 이끄는 이 황홀한 작업. 그렇지만 브런치에서 가끔 이런 나를 펼치는 무대도 좋다. 그런 나는 현재 달나라 정원사 닉네임을 가진 동화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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