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로맨스 영화 '러브, 로지'를 회상하며
로맨스라는 장르를 나이가 들며 예전처럼 자주 찾아보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 번씩 다시보곤 하는 나의 인생 로맨스 영화들이 있다. '러브, 로지'가 그중 하나인데 나에게 의미 있는 영화기에 이곳에 감상평을 공유하고 싶다. 지금까지 무려 다섯 번 정도 봤던 것 같은데 스토리라인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인생은 그리고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나의 믿음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자주인공 로지가 어릴 적부터 단짝이었던 알렉스와 파티에서 취기에 키스를 하게 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알렉스는 들뜬 마음으로 로지의 집으로 간다. 하지만 로지는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전날밤의 일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평소처럼 행동을 하게 된다. 알렉스는 그런 로지의 모습을 보고 로지에게 둘 사이의 키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오해를 하고 그렇게 본인의 감정을 묻어두게 됨으로써 둘은 처음으로 엇갈리게 된다. 그 후, 알렉스가 학교에서 소위 퀸카라고 불리는 여자애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그제야 로지는 점점 알렉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프롬 파티에서 알렉스의 질투심을 자극하려 홧김에 다른 남자와 관계를 나누게 되고 그렇게 로지의 인생이 뒤바뀜으로써 알렉스와 로지는 또 한 번 엇갈리게 된다.
임신이라는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자 로지는 알렉스와 함께 합격한 대학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아이를 키우며 호텔 프런트 리셉션 일을 하며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로지와 꿈꿨던 의사가 되어 의사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며 살아가는 알렉스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꾸준히 연락을 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쉽게 놓지 못한다.
십 년 동안 여러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헤어지며 세월이 흐르고 둘의 타이밍은 매번 엇나가지만 둘에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는 기회가 찾아오고 로지는 마침내 처음 서로에게 끌림을 느껴 키스를 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둘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휩쓸려 또 한 번 어긋나게 되는데 얼마 뒤 알렉스가 나타나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서로의 마음을 마주 볼 용기를 낸 두 사람은 돌고 돌아 드디어 서로의 타이밍에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최대한 짧게 요약해서 옮겨 적었지만 영화를 보면 이렇게 타이밍이 안 맞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둘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계속 엇갈리는데 어쩜 그렇게 타이밍이 안 맞을 수 있는지 너무 답답했다. 하지만 되려 생각해 보면 그 엇갈렸던 시간들이 어쩌면 꼭 필요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아련하고 간절해서 그 긴 시간 후에 서로를 더 소중히 아껴줄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어렵게 이어진 인연이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서로를 향해 열심히 달려온 그 마음과 시간들을 소중히 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관계로 쉽게 돌아가는 일은 없을 테니.
'인생은 그리고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구절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옮겨 쓰는 것을 끝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타이밍은 인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것 같다. 인생은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불안하지만 그래서 흥미롭기도 한 것처럼 때로는 나의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되는 일들이 생기기에 큰 행운 같기도 혹은 불행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더 값진 결과를 얻을 수도 혹은 그 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생과 타이밍의 관계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 일을 이루어내려는 노력은 혹은 닿지 못한 마음을 사랑으로 꽃 피우려는 정성은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거지 같은 타이밍에 먼 길을 돌아간다고 해도 결국 원하는 결과에,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면 당신의 인생은 그리고 당신의 사랑은 타이밍을 이겨내고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어느 날 그런 멋진 일이 꼭 당신에게 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