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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Aug 13. 2023

패션에서 IT로, 나의 커리어 전환기

패션을 전공했던 내가 IT 회사에 취업한 과정

"OO님은 어떤 일 하세요?"

"저는 IT 회사에서 웹로그 분석 관련 일하고 있어요."

"아, 그럼 컴퓨터 공학이나 IT 관련 전공하신 거예요?"

"아니요. 저는 패션 마케팅 전공했어요!"

"네? 그럼 어떻게...?"


어떻게 패션 전공자가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전 직장에서의 업무경험과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온 희귀한 기회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너무 모호하다고? 잘 알지만 어떻게 더 잘 요약해서 표현할 길이 없다. 나조차도 나의 커리어에 찾아온 변화가 신기할 따름이니. 단,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한국에 비해 이직을 할 때 전공이나 산업군에 비교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점을 잘 이용한 것도 있다.



│  내가 IT 회사에 취업한 과정

작년 7월쯤이었다.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한 지 7개월쯤 되던 시점, 커리어적으로 나의 발전 가능성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내가 배우고 싶은 분야가 확실해지면서 다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목표가 확고해지자 이력서는 생각보다 술술 써졌고 이틀 만에 주요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현재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나에게 맞는 포지션이 있으니 지원을 해보라며 제안을 했다. 대기업의 경우 직접 헤드헌팅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아마도 현재 내가 맡은 업무가 아시아 쪽에서는 생소하고 매우 특화된 분야라 이쪽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듯하다.


앞에서는 간단히 웹분석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웹로그 분석, 이커머스 비즈니스 운영 그리고 사이트 최적화가 한데 섞인 매우 특이한 분야이다. 직접 웹디자인을 하지는 않지만 사용자 행동 분석과 이해에 기반하여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UX/UI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는 첫 두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보며 위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두 곳 모두 스타트업이라 나에게 업무가 과중되긴 했지만 그만큼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아직도 나의 현재 매니저님(한국식 직급으로 따지자면 부장님이라고 할 수 있겠다)과 면접을 봤던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1차 서류 면접을 통과했다는 얘기를 듣고 좋으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는데 바로 그 다음날 면접이라니... 너무 긴장이 돼서 면접 전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것 같다. 영어로 빼곡히 적은 이력서를 달달 외웠는데 면접은 기존 면접 내용과는 다르게 흘러가서 내내 당황했던 것 같다. 매니저님은 우선 본인 소개로 시작을 했는데 본인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의 이야기부터 현재 맡은 업무까지 꽤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하셨는데 생각보다 편안한 면접 환경에 열심히 외웠던 내용은 제쳐두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를 했다. 배우는 속도는 더딜 수 있지만 현재까지 나의 커리어 성장 속도나 회사에 기여한 부분을 고려하면 나는 반드시 이 팀에 필요한 사람일 것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아마도 이 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면접은 잘 진행이 되는 듯했는데 그다음부터 갑자기 훅 들어온 전문지식 관련 질문들에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다. 개중에는 "수익을 사용자의 구매 단계와 연결 지어 공식으로 정의해 보세요"와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질문도 있었는데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현재 업무를 1년 정도 본 지금의 나로서는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정답에 가까운 답을 내놓기는 했는데 매니저님의 말에 의하면 업계 지식과 논리는 엿볼 수 있었지만 전문용어를 통해 그 논리를 정의하는 데에는 모자람이 있었던 것 같다.


혼란과 당황의 연속이었던 면접의 마지막 질문은 "패션에서 IT로는 매우 큰 변화인데 적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였다. 예상했던 질문이지만 막상 이런 질문을 받으니 왠지 모르게 기가 죽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뛰어난 업무 이해도와 전문 지식이 있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한 업계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망했다고 생각한 나는 면접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자며 애써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던 와중 인사팀에서 한 시간 만에 연락이 와서는 계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커리어가 시작됐다.



│  끝으로...

IT 업계로 진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분들도 많이 뵈었고 아마 독자님들 중에서도 계시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사실 이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다. 나의 경우 애초에 IT는 전혀 염두에도 없었고 그저 내 커리어적 발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있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현재의 일이 주어진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발행하는 이유는 현재 몸담고 있는 업계나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발전시키고 싶은 혹은 일을 통해 배우고 싶은 분야를 분명히 한다면 업계와 직종의 전환이 결코 불가능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물론 엔지니어링 또는 프로그래밍과 같이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직종은 그 진입 장벽이 훨씬 높을 수는 있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본인이 배우고 싶은 분야가 확실해지면 거기서 더 나아가 궁극적인 혹은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나의 경우는 배우고 싶은 분야가 데이터 분석이었고 구체적인 목표는 '데이터 분석 경험을 발전시켜 5년 뒤 전반적인 사업의 흐름을 읽고 문제를 파악하여 조직에 실행가능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분석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와 궁극적인 커리어 패스(path)를 정하고 나면 나의 미래를 그리기도 훨씬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면접관에게 자기 어필을 할 때에도 훨씬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높아진다. 앞서 공유한 나의 경험과 팁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실행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IT #커리어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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