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도 부러움도 이제 그만!
비교는 불행의 씨앗이라더니, 한국인들은 본투비 비교의 기질을 타고난다더니만, 두 개 컴비네이션 조합에서 한치의 벗어남도 없이 비교에서 비롯된 부러움과 허탈함, 시기, 한탄, 아쉬움, 슬픔으로 이어진 하루.
20년 전 나와 같은 날 입사한 그녀.
외모를 뺀 여러가지 조건들, 학벌, 외국어, 성실함, 높은 에너지 레벨, 굳건한 체력 등 너무 많은 부분이 비슷했다. 서로 신기해하며 놀랬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서로 너무 다른 모습과 커리어를 갖게 되었다. 하긴 너무나도 긴 시간이니까.
능력도, 열정도, 의지도, 노력도 충만했는데. 나의 커리어는 어디서부터 엇나간 걸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어학 과정과 해외 파견, 핵심 업무로 이어진 커리어와 유망한 보직장,
그리고 회사에서 지원하는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
20년 전 입사하며 꿈꾸었던 반짝반짝 빛나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 그 자체.
반면에 남들 다 가는 어학 과정 한 번 못 들어가고,
겨우 1인분의 업무를 그럭저럭 해내며 또 한 번의 긴 휴직을 앞둔 나.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그러잡아보지만, 괜스레 초라하고 작아진다.
그저 운이 없다고 하기에는, 노력과 능력에 비해 평가절하된 아쉬움이 있다. 머리로는 안다. 내 사업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혹은 뛰어난 성과를 낸다고 인풋 대비 아웃풋을 기대할 수는 없다. 평가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 타인이니까.
어차피 내 거 아닌 남의 회사. 노예로 충성하느니, 각자도생 시대 적당히 월급받으며 작아도 내 일을 해보겠노라 큰소리치며 딴짓을 열심히 해보지만. 그러면서도 한 번씩 허무한 마음이 들곤 한다.
이만큼 연차가 쌓이고, 나이를 먹었으면, 객관적일 수 없는 평가와 인정에 초연해질만도 한데,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미련이 한 켠에 남았었나보다.
생각해보면 5년전 번아웃으로 휴직을 선택했다. 그 뒤로는 이전만큼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나의 시간과 노력을 온전히 쏟아붓지 않았다.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으니, 그만큼만 한 거라고 항변해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구차한 변명이긴 매한가지일 뿐이다.
어차피 사적인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있어서 절대적인 공정함의 기준 따위는 없다. 회사에서 커리어가 잘 풀리고, 임원이 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은 그들의 역량과 노력의 대가일 수도, 혹은 타고난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끝장나게 운이 좋은 걸 수도 있다. 반대인 경우도 있는 거고.
급작스런 속쓰림에 저녁 나절 급 우울모드로 잠시 동굴을 헤맸지만, 지나간 시간은 이미 되돌릴
수 없다. 아쉬움이 남는 순간도 있지만, 후회와 원망에만 빠져서 과거에 매어 있기에는 지금 이 순간이, 앞으로 올 미래가 더 소중하니까.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살아가고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꿈꾸는 미래를 향해 성장하며 나아가기를... 나도 그녀도 모두 응원한다!
가끔 어제가 후회되도
나 지금 사는 오늘이
내일보면 어제가 되는 하루 일테니
노래 <혼자가 아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