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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l 26. 2024

6년 만에 돌아온 회사

아... 나 잘 온 거지?

6년 만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 회사로 돌아왔다. 8명 남짓하던 회사는 그 사이 20명이 넘는 인원이 되어 있었고, 회사도 여러 번의 이사를 거쳐 신촌에 번지르르한 사무실을 마련한 직후였다. 첫 출근날은 공교롭게도 새 사무실로 이사 간 첫날. 직원 중 1번 째로 출근한 탓에 사무실은 온갖 이사 박스와 전선 정리로 정신이 없었다. 



아, 내가 책상 위에 꽃 올려두려고 했는데!



첫 출근 서프라이즈 선물로 책상 위에 꽃을 올려두려고 했다는 대표. 탕비실에는 꽃시장에서 사 온 듯 신문지로 돌돌 말린 여러 송이의 꽃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 정도로 바쁘면... 그냥 근처 꽃집에서 사 와도 되련만. 맞다, 우리 대표 돈을 좀 많이 아꼈었지.


자리로 돌아가니, 텅 빈 책상 위에는 누군가 쓰다가 두고 간 오래된 조립형 무지개조명 데스크톱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잘 되지도 않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고 씨름하며 노트와 펜 등 업무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해 두느라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책상 위 꽃은 너무 예뻤고, 새벽같이 준비한 대표님의 마음도 정말 따뜻했다.

하지만 나는 최신형 노트북과 웰컴키트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바로 일할 수 있는 포맷된 컴퓨터와 노트 하나, 펜 하나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나 이 회사로 잘 돌아온 것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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