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뜨거운 성기가 된다. 그곳에서 가장 아픈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런데 그 심장이 차가워질 때 아이들은 어디로 가서 태어날 별을 찾을까?-2010년 겨울, 허수경
점심으로 수박이 나왔다. 달았다. 오늘은 숙직이라 저녁까지 학교에서 먹었다. 그저 밥을 먹고, 그저 달콤함을 느낀다. 습관은 잘 설계된 망각이다. 심장이 뛰는 것은?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 속에서, 의식을 찾는 것은 삶에 불편한 감각을 깨운다.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저는 희망을 외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희망. 우리 시대의 희망이란. 기후 위기의 극복일까? 세대 간 화합일까? 세계의 평화일까? 거창한 희망은 절망보다 슬픈 것이다. 눈앞의 작은 절망도 필요하다.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온 관성으로 살아내는 것. 심장이 뛰듯, 그저 관성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올바른 일을 그저 행하면서 사는 것.
그저 뛰는 데서 아이들이 잉태된다. 어떤 거창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묵묵함. 우리는 묵묵함으로부터 길러진 존재다. 아이들을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루치의 글을 쓰고, 하루치의 책을 읽으며, 하루치의 말을 꺼내고, 하루치의 말을 듣는다.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심장이 뛰듯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