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열무와 알타리 작가 故 이유영 님을 기리며
어둠이 새까맣게 내린 밤,
새근새근 잠이 든 아이들을 뒤로하고
스탠드 조명이 비추는 책상으로 향하는
당신을 떠올려봅니다.
환하게 빛나는 모니터 앞에 않아
연신 태블릿 펜을 움직이는 당신의 손끝에서 탄생한
열무와 알타리, 그리고 소소와 토토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울고 웃었으며, 한탄하고 기뻐했어요.
장애 여부로 아이들을 함부로 비교하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열무와 알타리 모두 소중한 아이들이었듯
모든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고
감히 누가 생명의 무게를 달 수 있을까만,
유독 더 마음이 아프고 허탈한 건
그만큼 작가님의 존재가 무거웠다는 반증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류승연 작가님이 쓰신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산다는
장애도라는 섬이 나옵니다.
장애도에 가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기에
그리고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한 것, 내 일이 아닌 것에 대해선
잘 알지도, 제대로 공감하기도 어렵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도에서의 삶을 잘 알지 못하며, 무관심하죠.
심지어 무관심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경험의 굴레에 갇혀 멋대로 판단 내리고
함부로 행동하기도 하며 큰 상처를 주기도 해요.
그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도 마찬가지라
책에서도 바깥세상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장애도에 갇혀 그 안에서 아등바등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웹툰에는
바깥의 누군가 또는 장애도 안의 누군가에 대한 비난과 힐난보다는
실제 경험에서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내려는
조심스러운 태도가 곳곳에 담겨 있었어요.
누군가는 계속 걸어갈 길을
미리 걸어본 선배로서
가슴이 철렁할 일도 많고
한숨이 절로 나올 때도 많고
눈물 흘릴 일도 계속되지만
분명 웃을 일도 있고 작은 행복도 누릴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으셨겠지요.
쉽게 읽어내려가기만 하던 한 명의 독자는
이제야 뒤늦게
머리를 싸매고 한 자 한 자 고심하며 그려 내려갔을
작가님의 뒷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한 이야기들은
이제 열무와 알타리에게 전해질 거예요.
엄마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자신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고
듣고 또 들으며
지금 모습 그대로
아이들 곁에 영원히 남아계실 거예요.
이유영 작가님.
열무와 알타리의 이야기를 통해
좁고 험했던 길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조금은 편안한 길이 될 수 있었어요,
유일한 걱정은
남아 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평안이네요.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요.
아직 해줄 것도 해야 할 일도
너무나 많은데 말이죠.
저는 천국과 지옥을 믿어요.
그동안은 나쁜 사람들이 천벌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믿었지만
오늘만큼은 작가님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국과 지옥이 꼭 있다고 믿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