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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암산 꽃탐사기

자연이 주는 종합선물세트 받으실래요?

by 화수분

장소 ; 내장산국립공원 내 입암산(갓바위 641m)

일시 ; 2025. 9. 11

동행 ; 우정, 은정, 나

산행코스 ; 남창계곡(전남 장성) 주차장~남창탐방지원센터~새재갈림길~은선동 삼거리~입암산성 남문~북문~갓바위~동천리 갈림길~은선동 삼거리~주차장

산행거리 ; 왕복 10km

소요시간 ; 휴식포함 5시간




3인방이 오랜만에 모여서 입암산에 간다.

우정이가 알맞은 때를 봐서 우리를 입암산으로 인도하는 거다.

추석이 오기 전에, 물봉선이 다 지기 전에 가봐야지.


입안산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바위, 습지, 꽃, 계곡, 삼나무, 완만한 경사도......

등산하는 사람에게 행복한 에너지만 가득 채워주는 고마운 산이다.


우정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남창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작년에 왔을 때는 주차요금을 냈었는데 무료개방이라고 표지판이 서있다.

아싸! 땡큐!

남창계곡주차장 무료개방


평일 산행이라 그런가?

유명산이 아니라서 그런가?

등산객은 우리밖에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곡을 따라 향기로운 산길을 걸었다.

계곡물이 넉넉해서 여기저기 폭포가 생겨났다.

남창계곡은 자연생태계보호를 위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2007~2026)돼 들어갈 수가 없다.

여름철에 개방돼 있는 곳은 등산로 입구에서 일정구간만 가능한 것 같다.


한 시간쯤 걸어 올라서 입암산성 남문에 도착했다.

거대한 바위가 쩍벌어진 사잇길을 통과하면 성의 남문터가 나타난다.

이곳의 유래와 포곡식 산성의 설명이 표지판에 상세히 쓰여있다.


입암산성은 정상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약 5.2km에 쌓인 포곡식 산성이다.

삼한시대에 처음 축성된 것으로 추정, 삼국시대 백제의 전략적 요충지로, 고려시대엔 몽골군을 방어했고, 조선시대엔 왜적과 싸워 전사한 윤진장군의 기록이 있으며, 조선말 동학농민 혁명의 지도자 전봉준의 흔적도 남아 있는 중요한 유적지다.

입암산성 남문터의 성곽/사진 출처-블로그


남문 유적지는 복원이 잘 돼 있어서 옛 성의 윤곽이 선명하다.

휴식하기에는 안성맞춤!

영산강의 제1지류, 황룡강 발원지의 맑은 물이 우리들의 눈과 귀를 씻어 준다.

달달한 포도와 영양즙을 나누어 먹고 황룡강 발원지에 손을 한 번씩 씻었다.

드디어 습지, 해자와 옛 성내 마을터를 향해 출발!


습지를 채운 명경지수가 반반하게 나무숲아래를 적시고 흘러간다.

마음은 평화롭고 자연은 비현실적이다.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걷다가

"아이쿠!"

발이 좁은 길을 벗어나 물텀벙을 당하기 십상이다.


하늘, 구름, 나무, 꽃, 나비, 거미, 새소리, 물소리......

여기가 천국이냐, 어디냐?

사진을 맘껏 찍다 보면 배터리가 곧 죽는다.

입암산성내 습지에 핀 야생화


입암산성 북문을 향해 가는 길가의 야생화


남창계곡과 성내 해자터의 명경지수

꽃구경만 한다고 배가 부를 리 없다.

해자터가 끝나는 지점에 도시락을 펼쳤다.

물이 줄어 좀 아쉽기는 해도 나무데크다리가 밥 먹기는 안성맞춤자리다.

아저씨 딱 한 분이 지나가고 나서 우리들 만의 다리였다.


나는 아까 꽃구경 하면서 야생깻잎을 한주먹 땄다.

향기가 일품인 깻잎을 맑은 물에 씻었다.


채소샐러드, 병아리콩, 올리브유 듬뿍 과일채소볶음, 김치찌개, 잡곡밥, 맥주 한잔.

우리들의 점심 한상에 향기 듬뿍 깻잎도 한자리 차지했다.

조촐한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일어났다.


산성북문을 향해가는 길에도 간간이 꽃과 나비가 함께했다.

거북바위가 나오면 곧 갓바위가 나타난다.

벌써부터 전망이 시원하게 트여 우와! 우와!

입암산 거북바위와 갓바위에서 보는 9월의 풍경


흠잡을 데 없이 쾌청한 날씨에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우리들만의 것인 양 옹골진 풍경이다.

시원한 바람에 잠깐 땀을 식히고 발걸음을 내려섰다.

여태 걸어온 길도 성곽길인데 정상아래서 뒤돌아보니 돌로 쌓은 성의 흔적이 뚜렷이 보였다.


오르는 길에 만났던 아저씨 한 분은 등산객이 아니라 성곽을 조사하는 분이라고 했다.

입암산 옛 성터 군데군데 유적발굴조사 표지가 걸려 있었다.

외로운 작업을 하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하산 길에, 쭉쭉 뻗어 울울창창한 삼나무 숲 속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TV광고에서나 보던, 그런 멋진 풍경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이 삼나무숲은 1960년대 초반에 조림됐고, 전남대에서 장기모니터링하는 학술림이라고 한다.

우리는 다시 은선동 삼거리를 거쳐 하산을 마쳤다.


입암산은 비록 높고 유명한 산은 아니지만 귀한 것들을 많이 품고 있는 산이다.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의 보고(寶庫)라고나 할까?

가을이 오면 입암산에 또 와보고 싶다.

겨울이 오면 입암산에 또 와보고 싶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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