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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송 May 08. 2016

아무 길도 아닌 길

걸으면서 본 포틀랜드 모습

포틀랜드에서는 '여기를 가자!' 마음먹고 목적지를 쳐서 구글맵 경로검색을 하면, 버스로 걸리는 시간과 도보 소요시간이 1-3분 정도 차이 밖에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그 경로, 경로들을 하나씩 걸어서 연결하다보면 10,000보 어치(?)는 금방이다.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라는 별명이 있는 도시이지만 이건 철저히 미국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라는걸 와보고 알았다. (물론 다운타운을 포함한 South West 지역만 치자면 워커블이 맞다.) 특히나 서쪽의 엘에이보다야 샌디에고보다야 워커블시티겠지. 애초에 조그만 서울에서 온 사람으로선 헥헥 댈만하다. 

 하지만 지점과 지점을 연결하는 그 과정은 재미있었다. 간혹 그 지점(목적지)이 실망을 안겨주는 적은 있었지만 가는 길만큼은 다 좋았다. 옆에 지나가는 행인들의 표정만 봐도 이 길이 아무길도 아닌 길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런 주제에 이쁨이 널부러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눈으로 주섬주섬 줏어담았다. 


혼자 걷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엔 이 길이 만약 한남대교를 건너 회사로 가는 길처럼 나에게 익숙한 길이라면 어떨까 짐작하면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무명의 길을 유심히 새기고 의미를 부여하는게 나에겐 여행의 큰 부분이다. 

이렇게 걱정없이 걸을 수 있었던 거 계절과 날씨의 공이 정말 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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