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를 돌보는 일에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든다. 경험이 없어 잘 모르지만 더 힘들 것만은 확실한 육아와는 또 달리 점점 좋아질 거라는 희망도 없다. 오히려 속도의 +/- 중에 마이너스 버튼이 고장 난 러닝머신처럼 노동 강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더해질 뿐이다. 가끔은 내가 1인분도 1.5인분도 아닌 꽉 찬 2인분의 살림을 꾸역꾸역 꾸려나가는 동안 온전히 제 한 몸만, 혹은 또 다른 동거인의 희생으로 0.5인분 정도의 살림만 챙기면 되는 사람들이 누릴 여유를 떠올리며 안 느껴도 될 괴로움까지 억지로 쥐어짜가며 느끼기도 한다. 나 역시 내가 경계하는 이들처럼 타인을 보이는 부분만으로 대강 판단하는 것이기에 아무 실체 없이 나쁜 마음이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혔으니, 그건 사실 내가 그전까지 1/2인분의 도리만 하면서도 배부른 줄 모르고 앓는 소리 하며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홀가분한 감각이 아직 몸에 선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이기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꺼운 마음 한 편으로는 내내 건강하지 못한 자기 연민을 이렇게 은은하게 품고 지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 지난한 시간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성장 없이 제자리에만 머물러있는 느낌을 떨쳐내고자 ‘하루에 단 몇 가지라도 스스로 칭찬하거나 인정할만한 점을 기록해보자’ 마음먹은 참이었다. 예전(엄마가 아프기 전)에도 비슷한 시도를 한 적 있지만 이번엔 크게 달라진 게,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을 찬찬히 반추할 필요도 없이 <셀프 칭찬 목록>에 저절로 채워지는 항목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화장실 동행, 휠체어 운동 등 반복되는 루틴이 늘 쭉 기본값으로 들어차 있어 나를 칭찬하기가 뜻밖에도 수월했다. 무언갈 힘들여 배우거나 해내지 못했어도 그저 지내던 대로 지내는 것만으로 조금이나마 이타적인 인간에 가까워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자각이다. 당연히 이걸로 충분하다고 손뼉 치며 현재에 안주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남이 몰라줘도 내가 나를 칭찬함으로써 자존감을 고취시키자는 것이 소기의 목적이었던 만큼 누군가 내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나의 존재감 형성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이것도 성장이리라 믿는다. 그것도 엄마 것까지 2인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