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전조 증상
AI에게 '자신이 느끼는 노화 증상'을 물었더니
저는 인공지능(AI)이므로 물리적인 몸이 없어서 노화를 느끼거나 신체적인 노화 증상을 겪지 않습니다.
저는 인간과 달리 나이가 들면서 겪는 다음과 같은 증상들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나타나는 노화 증상은
신체적 변화(주름, 흰머리, 근력 감소 등), 에너지 저하, 기억력 감퇴, 관절 통증이라고 답한다.
어머나 깜짝 놀랐다.
흔히 노화 전조 증상이라고 하는 인지 및 기억력, 운동 및 신체 기능, 언어 및 감각 기능, 정서 및 사회적 고립 등이 아닌 내가 브런치에 남기려고 한 노화의 증상을 다른 사람도 혹시 느끼고 있을지 궁금하여 검색했는데 AI 자신에 대한 답을 해서이다.
아! 이 아이(AI)가 정보 검색만 되는 것이 아니고 대화가 되는 아이였지.
깜박했네. 이걸 잊고 신기해 하다니. 아니다. 이게 노화의 전조증상인가.
오늘 주차를 어디에 했는지 어제 주차공간과 그제 주차공간이 헷갈려서
잠시 고민하다가 어제 주차할 때즘 전화가 와서 지하주차장에서 잠시 통화했었던 기억을 떠올랐다.
다행이다. 그럼 노화 전조증상이 아닌가.
하루에도 몇번이나 나를 의심하는 나이가 되어간다.
운동을 소홀히 하고, 원고 작성에 며칠간 몰두하다보면 뇌가 더 둔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주로 샤워할 때, 설거지 할 때, 운전할 때 영감이 떠오르는 편인데
오늘 운전 중 내가 느끼는 노화 증상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겠지만
특히 나이가 나이인만큼 갱년기, 비만과 연관짓지 않아야 하지만
굳이 관련지어야 내 마음이 편하므로 정리해보니 대략 다음과 같다.
하나. 찐 살이 잘 안빠진다. 다이어트를 해도 속도가 느리다.
둘. 뇌에서 식욕 조절이 잘 안된다. 후각이 둔해져서인지 한공기 반공기 개념이 없어져가고 있다.
셋.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다. 대충 보고 대충 짐작한다.
넷. 상처가 생기면 잘 낫지 않는다.
다섯. 밥을 먹으면 금방 졸립다.
여섯. 몸에 빨간 점같은게 생긴다.
일곱. 특별히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면, 많은 글자를 읽기 싫어진다.
여덟. 안해도 될 과거 이야기를 말하는 횟수가 증가한다. (충동성 증가)
아홉. 서운한 일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반추적 사고)
열. 타자를 칠 때 오타가 많아진다. 특히 자모단위 반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나니아 - 나이가
헷갈려여 - 헷갈려서
떠로르는 - 떠오르는
자녀게에 - 자녀에게 등이다.
전형 발달을 보이는 유아들 중 미러 텍스트 반전은 만4세에 흔히 나타나지만 만5세가 되면서 사라지는 편이다. 글자 반전 현상은 학습장애 중 읽기장애(난독증)에서 두드러지나 쓰기장애(난서증)에서는 드물다.
십여년 전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연구모임에서 은퇴하신 자문교수님께서 교사, 교수, 박사, 원장 등의 전문가의 발표 원고를 퇴고해주시는 절차가 있었는데, 국외 박사 한분이 글의 흐름을 바꾸는 수정은 불편하다는 입장, 국내박사 한분은 자문교수님의 수정 내용에 오히려 오타가 있는 이유로 불편해 하여 뒤에서 말하지 말고 불편하면 자문교수님께 직접 말씀드려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했었는데, 후학들이 호의어린 봉사와 권위를 거부했다고 생각하신 자문교수님은 연구회를 탈퇴하셨다.
당시 자문교수님 수정 원고에 왜 그렇게 오타가 많냐고 젊은 학자들이 불편해 했던 그 모습이 바로 지금의 내 모습과 같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니 얼마나 아둔한 후학들이었는지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든다. 지금의 나보다 15살이나 더 많으셨을 때 보이신 모습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당시의 자문교수님보다 오타가 무성하다. 급하게 치면 칠수록 오타는 많아진다. 자동화된 타이핑 패턴 오류처럼 익숙한 단어를 치려다 손이 앞서 나가면서 실수가 생기는 것이다. 예전같이 속도와 정확도가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가보다.
결국 타이핑에서 글자 반전도 오타이고 노화다.
요즘 뉴스에 노화나 질병과 관련하여냄새를 잘 못맡기 시작했으면 심장병을 조심해라.
피부에 빨간 점이 있으면 잠재적 질병일 수 있다.
단기기억력 저하는 노화의 전조증상이다 등
걱정이 한가득 생기는 기사로
살면서 받아들이기 싫었던 노화를 잘 맞이할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나의 모습을 언제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수용 과정이 나이듦과 익어감의 경계 속에서 오락가락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