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마트인데, 한국인은 안 보여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여전히 뜨거운 요즘, K-컬처덕에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정말 높아진 것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9월 미국 최대 한인 마트인 H마트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새 매장을 오픈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한인 마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주말에 마트가 새로 생긴 도시에 놀러 갔다.
마트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시작부터 주차 전쟁이 따로 없다. 입구 근처는 엄두도 못 내고, 주차장 가장 먼 곳에 겨우 차를 댈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마트 입구로 향하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것이 보였다. 줄은 입구에서 시작해 건물 뒤편까지 이어져 있었다. 블랙프라이데이도 아닌 평범한 주말인데, 난 살면서 한인 마트에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줄을 선 것을 처음 보았다.
내 평생 처음, 장을 보겠다고 줄을 섰다.
땡볕 아래 우산을 쓰고 기다려본다.
십 분 정도 지나니 이제 마트입구에 쳐놓은 천막이 보인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함정이었다. 밖에서 시작된 줄은 실내 푸드 코트를 따라 쭉 이어졌다. 이건 마치 놀이공원에서 인기 놀이기구를 타려고 기다리는 줄 모양새다.
줄 양 옆으로 파리 바게트, 아리따움, '다방'이라는 이름의 커피숍, 팥빙수집, 토스트 가게, 그리고 버블티샵이 있었다.
이제 마트의 입구가 보인다. 저 멀리 죠스 떡볶이, 유천 냉면, 홍콩 반점, 돈가스와 핫도그집이 보인다. 마치 고속터미널 신세계 푸드 코트처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제 다 온 걸까?' 싶었는데, 마지막 관문으로 아트박스와 정관장 그리고 뽑기 스테이션을 지나갔다.
줄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순간 깨달았다. "우리만 한국인이네?"
드디어 마트 안 입성! 매장 입구에는 각종 다양한 모델의 밥솥이 진열돼있고, 뒤편으로는 온갖 생활용품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신선 야채/과일 코너가 나온다. 한국에 있는 마켓과 다른 점이라면, 미국 한인마트에서는 람부탄, 망고스틴, 두리안 같은 동남아 과일을 많이 판다. 가지도 일본 가지, 미국 가지, 중국 가지, 필리핀 가지 등등 다양하다.
제일 신기했던 곳은 해산물 코너였는데, 살아있는 꽃게도 팔고 수족관 안에 대형 활어들이 있었다.
불고기 시식 코너도 있고, 한국에 있는 어지간한 크기의 마트보다도 더 많은 종류의 라면, 과자, 냉동식품 등이 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는데 그건 바로 계산대 줄. 아까 들어온 그 많은 사람들이 계산을 해야 하니 계산대 줄 또한 길다. 고기 코너부터 줄을 서서, 냉장 식품, 냉동식품, 김치 코너를 줄을 서면서 구경해 봤다.
여기까지 왔으니 푸드코트에서 야무지게 밥도 먹어본다. 미국에서 살면 왜 그렇게 짜장면이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나는 짜장면과 냉면을 먹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렸던 곳은 돈가스 집이었다. 아무래도 미국인들한테 익숙한 음식이어서 그런가 보다. 핫도그집 줄도 굉장히 길었다.
밥도 먹고 장도 보고 나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최근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그 공간을 채운 사람들이 비한국인이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미국에서 K-컬처의 영향력이 더 커지길 바란다.
마지막 사진은 작년 여행 중 H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본 연예인 홍진경 님의 사인회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