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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마트에 줄 서서 들어가는 미국인들

한인 마트인데, 한국인은 안 보여요

by 에밀리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여전히 뜨거운 요즘, K-컬처덕에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정말 높아진 것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9월 미국 최대 한인 마트인 H마트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새 매장을 오픈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한인 마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주말에 마트가 새로 생긴 도시에 놀러 갔다.

IMG_0086 Large.jpeg 9월 달에 오픈 한 H마트

마트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시작부터 주차 전쟁이 따로 없다. 입구 근처는 엄두도 못 내고, 주차장 가장 먼 곳에 겨우 차를 댈 수 있었다.

IMG_0029 Large.jpeg 주차 전쟁.

주차를 하고 마트 입구로 향하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것이 보였다. 줄은 입구에서 시작해 건물 뒤편까지 이어져 있었다. 블랙프라이데이도 아닌 평범한 주말인데, 난 살면서 한인 마트에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줄을 선 것을 처음 보았다.

IMG_0031 Large.jpeg 놀이공원인가요...?
내 평생 처음, 장을 보겠다고 줄을 섰다.

땡볕 아래 우산을 쓰고 기다려본다.

IMG_0033 Large.jpeg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들어가 보자.

십 분 정도 지나니 이제 마트입구에 쳐놓은 천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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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함정이었다. 밖에서 시작된 줄은 실내 푸드 코트를 따라 쭉 이어졌다. 이건 마치 놀이공원에서 인기 놀이기구를 타려고 기다리는 줄 모양새다.

IMG_0041 Large.jpeg 계속 줄을 서본다.

줄 양 옆으로 파리 바게트, 아리따움, '다방'이라는 이름의 커피숍, 팥빙수집, 토스트 가게, 그리고 버블티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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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와서도 기역자로 꺽여있는 줄.

이제 마트의 입구가 보인다. 저 멀리 죠스 떡볶이, 유천 냉면, 홍콩 반점, 돈가스와 핫도그집이 보인다. 마치 고속터미널 신세계 푸드 코트처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IMG_0043 Large.jpeg 맛있겠다.

'이제 다 온 걸까?' 싶었는데, 마지막 관문으로 아트박스와 정관장 그리고 뽑기 스테이션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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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갔던 아트박스.
줄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순간 깨달았다. "우리만 한국인이네?"

드디어 마트 안 입성! 매장 입구에는 각종 다양한 모델의 밥솥이 진열돼있고, 뒤편으로는 온갖 생활용품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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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밥솥들을 누가 살까?

안쪽으로 들어가면 신선 야채/과일 코너가 나온다. 한국에 있는 마켓과 다른 점이라면, 미국 한인마트에서는 람부탄, 망고스틴, 두리안 같은 동남아 과일을 많이 판다. 가지도 일본 가지, 미국 가지, 중국 가지, 필리핀 가지 등등 다양하다.

IMG_0058 Large.jpeg 한국 배다!

제일 신기했던 곳은 해산물 코너였는데, 살아있는 꽃게도 팔고 수족관 안에 대형 활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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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수산시장에 온 것 같다.


불고기 시식 코너도 있고, 한국에 있는 어지간한 크기의 마트보다도 더 많은 종류의 라면, 과자, 냉동식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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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078 Large.jpeg 사람도 많고 매장도 커서 사진을 찍다 포기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는데 그건 바로 계산대 줄. 아까 들어온 그 많은 사람들이 계산을 해야 하니 계산대 줄 또한 길다. 고기 코너부터 줄을 서서, 냉장 식품, 냉동식품, 김치 코너를 줄을 서면서 구경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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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을 위해 또 한번 줄을 서봅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푸드코트에서 야무지게 밥도 먹어본다. 미국에서 살면 왜 그렇게 짜장면이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나는 짜장면과 냉면을 먹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렸던 곳은 돈가스 집이었다. 아무래도 미국인들한테 익숙한 음식이어서 그런가 보다. 핫도그집 줄도 굉장히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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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놀러갈때는 굳이 안가는 홍콩반점을 미국에서 가봅니다.

밥도 먹고 장도 보고 나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최근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그 공간을 채운 사람들이 비한국인이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미국에서 K-컬처의 영향력이 더 커지길 바란다.



마지막 사진은 작년 여행 중 H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본 연예인 홍진경 님의 사인회 현장.

IMG_0091.JPG 미국까지 와서 사인회를 하는 걸 보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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