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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Jun 21. 2024

리더들이여, 휴가 계획을 발표하라

가급적 ‘먼저’, ‘멀리’, 그리고 ‘길게’ 휴가 일정을 잡으라

1. 이제 곧 휴가시즌이다. 사람마다, 나라마다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다르다. 내가 이태리 법인장 근무할 때 보니 이태리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6개월전에 휴가일을 확정한다. 미리 예약하면 절반의 비용으로 갈 수 있는 곳도 있고, 인기 휴양지는 6개월전 예약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널널한 줄만 알았는데 업무도 그 일정에 맞게 미리 조율해둔다. 


2. 휴가기간도 천차만별이다.  미국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별장에서 회담하고 성명을 발표한다. 휴가 빈도도 높고 기간도 긴 편이다. 오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선교사나 의사들에게는 4년에 한번씩 안식년을 주기도 한다. 직장인은 여름에 보통 1,2주간 휴가를 보낸다.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곧 또 다른 휴가인데 서구는 여름방학이 길고 겨울 방학은 채 2주가 되지 않는다.  


3. 휴가의 목적도 다른데, 혼자, 혹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는 것 외에 독서나 글쓰기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빌게이츠는 생각주간으로 잘 알려졌고,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는 방학때면 강원도 모 대학 학생 기숙사에서 책 몇 권과 오디오를 들고가서 교직원 식당에서 밥 먹고 글을 쓰기도 한다. 세종대왕 때는 바쁜 젊은 관료들의 창의성을 일깨우기 위해 몇 주 혹은 몇 달의 독서 휴가를 주기도 했다.  


4. 그러면 직장인의 휴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리더의 휴가로 좁혀 생각해보자. 결론적으로 리더는 가장 먼저, 가급적 회사에서 먼 곳으로(해외면 더 좋다), 그리고 더 오랫동안 휴가를 쓰는 것이 낫다. 그러지 않을 이유는 거의 없다. 


회사와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1) 먼저 회사는 리더가 없을 때 잘 돌아가는 것으로 그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없을 때 잘되면 더 좋은 리더다. 물론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리더 없이도 일이 돌아가도록 평소 후계자를 준비했고 직원들은 잘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리더가 조직에 있는 것이 더러 일에 방해가 되는 경우다. 오히려 리더가 없으면 직원들은 더 신나게 자율적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별로 그 증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리더가 한달간 자리를 비웠을 때 성과를 확인하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리더가 없을 때 성과가 좋다. (물론 장기로 가면 다르다. 리더의 고유 역할 때문이다)


2) 부하들 입장에서도 리더의 휴가는 중요하다. 일이 인생의 전부이거나 휴가가면서 불안해하는 리더가 있는데 그의 부하들은 리더가 되고 싶지 않거나 다른 리더가 되고 싶을 것이다. 더 큰 일을 하고, 깊이와 여유가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 리더가 휴가를 잊고 살고, 떠 밀려간 휴가 중에도 메신저나 이 메일을 자주 확인하고 혹 연락한다면 그것은 혹 칭찬 일지라도 나쁜 일이다. 


미국 대통령의 잦은 휴가 뒤에는 똑똑한 참모들이 일에만 몰입하기를 원하는 선한 의도(?)가 있다. 물론 파킨슨의 사회 법칙에 나오는 것처럼 대표를 해외에 보내는 나쁜 심보와는 구별해야 한다. 


5. 몇 개월 전 글에도 썼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한 교회의 목사는 일년에 2주 미국에서 휴가를 보냈다. 그런데 몇 년 후에 교회에서는 휴가를 한달로 연장했다. 휴가 후 담임 목사의 설교는 힘이 있고, 새로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분은 휴가 중 우수교회를 탐방하고 도서관에서 연구한다.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그가 지적, 영적으로 충전되어 오는 기간이 된 것이다. 내가 그 교회를 다녔는데 정말 확실히 차이가 났다. 


휴가는 상반기에 잃어버린 마음(忙)을 찾거나 피로를 풀고 오는 것으로는 안된다. 하반기, 곧 올 한 해를 성공적으로 보낼 힘과 심력心力을 갖고 돌아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휴가는 아주 생산적인 활동이다.  


6. 나는 본부장이 된 이후 휴가 일정을 먼저 발표하고 다녀오곤 했었다. 7년마다 보름 간 안식년과 가족 여행경비를 지원해 주었는데 매번 나는 가장 일찍 휴가를 다녀온 기억이 있다. 휴가는 내가 가는데 직원들의 얼굴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단, 너무 길면 책상이 옮겨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안식년 여행 후 보직 이동이 된 적도 있었다. ^^)


7. 리더는 일하는 기간(duration)보다는 밀도(density)가 더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가령, 중요한 의사결정 같은 것 말이다. 심신이 강해져야 바른 결정도 할 수 있다. 실리콘 밸리와 맨하튼 허드슨 강변에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 이유다. 


오래전에 모 대기업 홍보임원을 영입하려 만난적이 있다. 그 분은 업무 특성상 늦은 술자리가 많았지만 매일 아침 06시에는 회사가 준비해 놓은 Fitness센터에서 러닝머신을 탄다고 했다. 모든 임원이 그렇게 했는데 집에서 아내가 등 떠민다고 했다. 물론 연봉이 아주 높은 회사였다. 


마무리.

“저에겐 두 가지 종류의 문제가 있습니다. 긴급한 문제와 중요한 문제입니다. 긴급한 것은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결코 긴급하지 않습니다.” 미 대통령을 지낸 아이젠하워의 말이다.

리더들이여, 곧 여름 휴가 계획을 발표하라. 올 여름은 여러분이 성장시킨 사람들을 믿고 가급적 먼저, 오래, 멀리 가면 어떨까?        


적용질문

1. 올 여름 휴가 계획은 세웠는가? 당신의 휴가는 자신, 가족, 동료들에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  

2. 이번 휴가 기간동안 꼭 하고 싶거나 성취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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