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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민작가 Aug 19. 2023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①결혼생활 22년 만에, 나는 혼자 살기를 마음먹었다.

문제는 어디서부터였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가 뭐 했다.

도대체 어떤 게, 어디서 부터 문제였냐고 물어보는 남편에게서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글쎄, 정말 나는 어디서부터 혼자서 틀어져서 온 걸까?'


내 결혼생활은 행복했던가,

내 결혼생활은 풍족했던가,

내 결혼생활은 만족스러웠던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나의 선택이 어리석다며 손가락질을 할지 모른다.

누군가는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할지 모른다.

사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라기보다는 남편의 방패막이 없다는 현실이 조금 두렵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평안함과 익숙함 속에 22년을 살았는지 모른다.

그런 익숙함에 둥지를 든든하게 지어 안주하며 살아오며,

왜 굳이 튼튼하게 지어온 든든한 둥지를 벗어나려 하는지 솔직히 나는 이 글을 써내며 나의 마음을 열어보려고 한다.


나는 나와의 대화를 신청해 본다.





며칠 전 나는 작은아이 학교 주변에 원룸을 얻었다.

시골인데도 불구하고, 학세권이라 월세가 싼 편은 아니었다. 고작 방한칸에 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그렇지만,

누군가에겐 안식처, 누군가에겐 숨통 같은 공간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 작은 공간이 위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매달 나갈 월세와 관리비를 생각하면 가슴이 콱하고 막히지만,

나는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방을 보고 바로 계약해 버렸다.


아이 학교와 집이 먼 편이라 항상 자가용으로 태워다 주거나, 버스를 이용했던 불편함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편할 것 같아서,

당분간 원룸을 나의 혼자만의 공간으로,

때로는 작은아이의 쉼터 공간으로 활용해 보려고 한다.


처음 남편에게 원룸을 얻어 나가겠다고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그는 여러모로 나와 가깝지만, 또 여러모로 내게 불편한 사람이기도 했다.

(남편이란 존재는 "남의 편"이라 그렇다고들 수근수근...)

한편에는 나는 그의 서운함을 먼저 느껴서(도둑이 제 발 저린다니깐) 두려웠는지 모른다. 

남편의 서운함이 느껴질까 봐.

그리고 한편으로는 무서워서.(안된다고 할까 봐)

결혼생활은 가족의 의견을 반영하고, 응당 작은 의견이라도 들어주고,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인데, 나는 갑자기 집을 나가겠다는 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에필로그


대학생인 큰아이와 내년 고등학생이 되는 작은아이에게

나의 출가(?) 고백을 한날,

사실 고백을 하기 전 아이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려고 상의를 했었던 날이었다.

아이들은 오히려 긴 세월 동안 혼자 지내본 적이 없는 엄마를 걱정했다.

혼자 잠을 자본적도,

혼자서 여행을 가본 적도 없는,

혼자서 식당 혼밥을 성공해 본 적도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저 어린아이같이 여리기만 한 엄마가 걱정이 되는가 보다.

아이들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나는 내일의 새로운 태양에 오롯이 나를 비추고 싶었다.


그리고 모든 걸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이해하는 눈빛으로 온전히 나를 바라봐주는

온마음으로 나를 응원해 주는 아이들에게 매일, 매 순간 감사하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반짝 빛이 나게 해주는 나의 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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