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시절 내 꿈은 작가였다.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 학교 운동장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고 박수를 받으면서 아 나는 글을 잘 쓰는구나 하는 착각에 빠졌고, 피아노를 배울 때도 속도가 조금 빠르다는 이유로 피아니스트를, 그 이후에는 노래가 재밌다는 이유로 성악가를 꿈꿨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꿨다가 교대에 진학할 만큼 공부가 즐겁거나 성과가 나지 않아서 내가 유일하게 잘하던 과목인 화학 과목을 더 깊게 배우고 화학선생님이 되기 위해 이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이과를 졸업하고 공학 계열로 가기 위해서는 화학이 아닌 물리를 더 열심히 배워야 한다는 좌절감을 느꼈고 유일하게 흥미 있고 잘하던 과목인 화학과목도 수능에서 인생 최저 점수를 받아버렸다. 그래서 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공대에 들어갔다. 취미가 참 많았던 나는 중학교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포토샵을 배웠다. 연예인도 참 많이 좋아했기에 사진을 보정하고 포토샵으로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다음카페에서는 운영진을 할 정도로 취미 생활 중에서는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꽤나 고급 기술이었던 것 같다. 공대에 들어가서 나는 디자인 요소에서는 전부 A이상을 받았으나 그 당시 이목이 쏠려있던 컴퓨터 언어, 프로그래밍 분야는 아무리 집중해도 성적도 안 나오고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학부 졸업을 겨우 친구들이 이끌어주어 했을 만큼 열등생으로 마무리했다. 학업에 큰 뜻이 있던 건 아니지만 학부를 흥미 없이 졸업했다는 것이 속상했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분야였던 디자인으로 석사를 도전했다. 입학해서 과제를 하고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그래 이거지! 싶을 정도로 열심히 참여했고 결과물도 정말 맘에 들었다.
그러던 중 석사 마지막 학기에 우연한 기회로 블로그를 통해 마케팅을 도전해 볼 수 있는 대외활동에 빠졌고 그 안에서 내 적성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 석사논문은 선배 동기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마케팅에서의 디자인 요소에 대한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정말 돌고 돌아 브랜딩을 하는 마케터로 살게 되었는데 나는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내 일에 접목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선명한 꿈을 꾸지 않았어도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용기가 되어주기도 하고, 학부 때 배운 버거웠던 프로그래밍이나 석사 때 익힌 디자인들이 일할 때에 나의 장점이 되어 준 경험도 여러 번 쌓여있다.
살면서 겪는 슬픔과 고통들이 때로는 나에게 에너지로 변환되어 힘을 실어주는 경험을 한다. 브랜딩을 직업으로 하기까지 내 인생의 굴곡들은 나에게로 와서 나의 특징이자 장점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겪을 상황들과 고난들도 위에 얹어져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곤 한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