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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연 Feb 16. 2024

아이슬란드에 닿다.

다사다난한 2023년을 보내면서 다짐했던 일. 2024년에는 반드시 많은 경험을 위해 여행을 떠나겠다며 주변에 외쳐댔었다. 삶의 큰 목적을 새로운 경험에 두고 사는 나였는데 감사하게도 다양한 일을 많이 맡고 회사의 대표라는 역할이 부여되면서부터 내 삶은 온통 일에 초점을 맞추고 살았다. 주 7일 일만 했고 늦은 밤, 새벽에도 밀린 일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어나 글을 쓰고 컨텐츠를 발행해야 했다. 그래서 건강에 브레이크가 걸렸을까. 많이 아팠고 치료했고 나아가는 과정 중에 있지만 계속 머릿속에는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서 그래. 여행을 못 다녀서 화병이 난 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은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제안했을 때 나는 바빠서 그리고 너무 멀어서 감당이 안될 것 같다고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정말 가지 않을 것이냐고 물어봐준 덕분에 큰 용기를 냈다. 사업가이자 근로자였던 내가 11년을 일주일에 세 번 출근하던 사회 초년생부터 일해 온 근무지에 재택근무로 변경하고 더 이상 출근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던 날, 목적은 단 하나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고 싶어서였다.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의 여행을 위해 한국에서 더 몸을 갈아 넣으며 일하고 왔고 아이슬란드에 와서도 새벽 2시, 한국 오전 시간에 맞춰 팀원과 회의를 하고 업무를 하고 컨텐츠를 발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웃음이 난다. 역시 나는 여행이 체질이라는 걸 또다시 깨닫는 순간이다.





용기 내 떠나온 아이슬란드는 정말 상상한 것보다 엄청난 자연을 나에게 선물해 줬다. 레이캬비크 시내에서 1박을 하고 제대로 된 투어가 시작된 첫날, 그날도 나는 일을 해야 해서 새벽에 깨어있었는데 핸드폰에 오로라 알람이 울렸다. 1시간 내에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사진으로만 보던 그 모습을 내 눈에 담았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흐릿한 모습에 이게 오로라가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때 본 오로라가 내가 여행 중 본 오로라 중에 가장 선명했고 아름다웠다는 걸 여행이 마무리되어 가는 이 시점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더 긴 여정을 보내도 오로라를 보지 못할 수도 있고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번 오로라 관찰을 한 우리가 운이 참 좋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매일 새벽 일을 하고 통틀 때쯤 다시 잠들기 전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고 아쉽고 또 고단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물이다.


그래도 참지 않겠다. 오롯이 이 순간을 느끼고 감사해하고 기뻐하기도 그리고 아쉽기도 한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고 또 느껴보겠다. 참는 건 그만하고 싶다. 매번 꾹꾹 누르면서 살아오는 내가 힘겨워 보인다는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을 받아들여본다.





어제와 오늘은 해변에 떠내려온 빙하를 깨서 잔에 담아 위스키를 채워 마셨다. 한국에서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나지만 달모어의 쌉쌀한 향과 아이슬란드 초콜릿을 함께 먹으면서 이게 인생이지 하는 기쁨도 느껴본다. 이 여행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한다. 그리고 공통점은 모두가 나만의 작업물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뒤 평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나 역시 고민하고 또 다듬어내어 수많은 것들을 세상에 내놓아야 할 시기인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인생에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지금 이 순간처럼 나를 가장 심도 있게 바라보고 위로해 주는 시간이 있어야 더 나아갈 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깨고 나오는 시간으로 작정하고 떠나온 아이슬란드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아름다운 여행지이지만 내 인생에 마지막 아이슬란드로 남겨볼까 한다. 이번이 처음이자 최고의 순간이길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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