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프터썬>
내일이 되면 영국 감독 샬롯 웰스의 장편 데뷔작 <애프터썬>이 한국에 개봉한 지 1주년을 맞이한다.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프렌치 터치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며,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2022년 최고의 영화 1위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필자가 꼽은 2023년 올해의 영화다. 이제서야 글을 남기는 이유는 영화에 대한 트리비아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데뷔 작품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영화는 뛰어난 스토리 구성과 통찰력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보낸 휴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데, 부녀간의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피는 20여 년 전 아빠와 단둘이 떠났던 튀르키에 여행의 기억과 상상을 오간다. 기억의 토대가 되는 장면들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작동시키며 여름날의 추억을 떠올리기 시작하는데….
※ 이 글은 <애프터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샬롯 웰스 감독은 소피 역을 찾는 데 6개월 정도 걸렸다고 밝혔다. 프랭키 코리오를 캐스팅하기 전, 800명이 넘는 소녀들을 오디션 봤다. 프랭키 코리오의 초기 오디션 과정은 오디션을 보기 전 코리오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담은 셀프 테이프로 진행되었다.
소피 역에 지원한 약 800명의 아이들 중 16명을 직접 만났는데 프랭키 코리오를 처음 만났을 때 감독과 캐스팅 디렉터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저 영화 속 캐릭터와 유사한 누군가를 찾는 게 목표였는데, 연기를 할 줄 아는 아이를 만날 줄은 몰랐다고. 오디션 때 몇 가지 테스트를 했는데 프랭키 코리오는 스위치만 누르면 원하는 감정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프랭키 코리오가 다른 전문 배우들처럼 캐릭터에 자신의 실제 모습을 많이 투영해 냈고, 감독은 그걸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폴 메스칼과 프랭크 코리오는 부녀 관계를 묘사하는데 필요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촬영하기 2주 전부터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영화처럼 둘은 바다에 가서 수영도 하고, 원형 극장에 가기도 했고, 수영장에 가서 물에 뛰어들곤 했다. 프랭키 코리오는 영화에 출연한 모든 10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포켓볼도 쳤다고 한다.
한편, 터키에서 2주 간의 리허설 기간 동안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와 대본을 두 번 읽었는데, 대본에는 의도적으로 칼럼의 우울증이 드러나는 혼자 있는 장면을 포함시키지 않았고, 이러한 결정으로 프랭키 코리오는 더 진짜 소피처럼 천진난만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결말이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끝났지만, 영화 곳곳에는 캘럼이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과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암시가 많이 나온다. 움직이는 버스에 바짝 붙어 배회하는 모습, 발코니 가장자리에 올라가 균형을 잡는 모습, 부주의하게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 면허도 없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모습, 스스로 깁스를 제거하는 모습, 그리고 물수건으로 숨을 쉬는 모습 등이 그 예시다.
한편, 폴 메스칼은 캘럼의 뒷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냐는 질문에 "이 영화는 거의 모든 장면이 소피의 관점에서 쓰인 것이고, 요점은 소피가 자신의 아빠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관점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어떤 부분은 의도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채 두었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애프터썬>은 아빠에 대한 소피의 기억과 감각을 느끼는 영화인 것이다.
풀어야 할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소피의 기억을 이해한다(comprehend)가 아닌 느껴본다(feel)는 관점으로 이 영화를 탐구해야 한다. 닿지 않는 '진실'이라는 닫힌 문 밖에서 끊임없이 상상하게 되는 라스트 씬은 무척이나 강렬하다. 이동진 평론가는 <애프터썬>은 '보지 않은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하여 훌륭하게 작업해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끝으로 영화 <애프터썬>에 대한 별점과 한줄평을 남기려 한다.
★★★★★
새로운 감상과 미학적 난제에 대한 야심찬 도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