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웡카>
윌리 웡카의 가장 희망 찬 순간이 담긴 영화 <웡카>가 드디어 국내 개봉했다. 멜 스튜어트의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1971),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에 이어 세번째로 로얄드 달의 1964년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폴 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패딩턴> 시리즈를 에서 보여준 밝은 면모가 그대로 살아있다.
윌리 웡카 역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는 자신의 배역을 두고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장난스럽다가도 야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공동체 지향적이며 유쾌한 남자"라고. 진 와일더와 조니 뎁이 연기한 윌리와는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윌리는 스스로를 향한 확신이 넘치는 야심가라 쇼콜라티에와 마법사가 되고자 한다. 또 윌리는 규칙과 보편으로 가득한 사회에서도 자기의 잠재력을 믿고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글을 읽지 못하지만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좋은 면만 읽어내려 한다. 이러한 윌리의 모습을 통해 <웡카>의 세계관도 짐작할 수 있다.
※ 영화명은 < >, 도서명은 [ ] 괄호를 사용합니다.
※ 이 글은 <웡카>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웡카>는 앞선 영화들을 기분 좋게 배반한다. 관객이 기대하는 전작의 윌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친절에 의존하며 평생을 살아왔다"는 윌리(티모시 샬라메)의 말처럼 <웡카>의 세계는 선의와 낙관이 가져다주는 꿈과 행복을 강조하고 있다. <웡카>를 그저 설탕 발린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면 현실에 찌든 영락없는 어른임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만큼 <웡카>는 어린이들의 세계를 지키면서 어른의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주는 작품이다.
사실 <웡카>가 개봉하고 나서 일부 관객들은 "내가 아는 윌리 웡카는 이게 아닌데…"라며 실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심정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 특유의 괴이하고 오싹한 괴짜 같은 모습의 윌리를 기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웡카>를 보러 간다면, 필자는 반드시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까지의 웡카는 모두 잊어라! 이번 웡카는 조금 다르고, 또 다른 감동으로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섭취하기 쉽게 잘라놓은 낭만과 향수 속에서 티모시 샤르르 샬랄라 샬라메."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처럼 영화의 매력은 주연배우인 '티모시 샬라메'에게서도 온다. 소년미를 지닌 얼굴에 어떤 배역이든 준수하게 소화하는 연기력을 갖춘 그를 캐스팅하는 건 감독으로서 1순위 업무였을지도 모른다. 폴 킹 감독은 그에게 <스미스씨 워싱턴을 가다>를 비롯한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들을 윌리 웡카의 레퍼런스로 제시했다고 한다. 제임스 스튜어트나 진 아서가 카프라의 영화에서 분한, 거대하고 무거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미약한 사내들이 윌리와 꼭 닮았다 여겼기 때문이라고.
이러한 티모시 샬라메의 소년성과 윌리의 천진난만함이 교차하면서 <웡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전작의 윌리들과 다를 수 있다는 설득력과 함께 <웡카>의 오리지널리티를 설파한다. 성인 남성인 윌리와 미성년 소녀인 누들의 우정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 까닭도 여기서 기인한다. 모자 속에서 온갖 다양한 물건들을 꺼내는 마술사 같은 모습도, 주변을 돌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청년의 모습도 티모시 샬라메에 의해 새로운 서사의 캐릭터로 탄생한다.
<웡카>는 로알드 달의 원작을 각색해 고유의 각본으로 만든 프리퀄 작품이지만 전작의 인기요소를 계승하기도 한다. 그중 움파룸파는 이번 영화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감초 역할을 했다. 180cm가 넘는 휴 그랜트가 유일한 움파룸파로 등장하는 <웡카>는 71년작의 주황색 얼굴과 초록색 머리를 지닌 소인의 모습에서 따왔다. 차이점이 있다면 멜 스튜어트 작품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10명의 소인이 출연했고, 팀 버튼의 작품에는 케냐 출신 배우 딥 로이가 한 장면에 수백번의 동작을 반복해 CG로 합친 1인 165역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71년작의 오마주가 많이 등장한다. 영화의 초반, 달콤 백화점에서 웡카의 두둥실 초코를 먹고 떠오르는 초콜릿 연합은 71년작에 등장했던 장면을 오마주했다. 초콜릿 연합 때문에 한푼도 벌지 못하고 있는 돈을 다 써버린 웡카는 어디서 밤을 지샐까 고민하며 내려가는 계단에서 내려갔다가 다시 뒤로 올라가는 스텝을 밟는다. 이 또한 이전 작품에서 진 와일더의 행동을 오마주한 것이다. 누들과 춤추는 장면 중 다리를 튕기는 춤도 진 와일더의 춤을 그대로 오마주한 것이다. 이밖에도 웡카가 동물원에서 에비게일의 방에, 엘리베이터 바닥에 지팡이를 꽂는 장면이나 누들이 덤블링을 하는 장면도 진 와일더의 모습을 오마주했다.
끝으로 영화 <웡카>에 대한 별점과 한줄평을 남기려 한다.
★★★☆
함께 나누는 즐거움에서 비롯한 달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