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리 Jan 06. 2024

교사의 언어-2편

1년의 흐름 속에서

[Part 2] 1년의 흐름 속에서 정리



1. 첫 만남 (3월)


-1년동안 너희와 함께 지내게 되어서


정말 반갑고 기뻐.


-선생님은 너희와 즐겁게 지내고 싶어. 너희도 그렇지? 우리가 함께 정한 약속을 잘 지키면 그렇게 될거야.


1. 끝까지 들어주기  

2. 솔직하게 말하기

3.용기내기



-선생님을 만난 제자들 중에


선생님을 좋아하는 제자와 무서워하는 제자가 있어.


둘은 어떻게 달랐을까?


(약속을 잘 지켜서 늘 즐겁게 지냄/


약속을 안 지켜서 자주 선생님한테 혼남)


너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생각처럼 잘 안될 때가 있어.


그럴땐 우리 교실 앞에 써있는 말을 읽어봐.


“못해도 괜찮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넌 참 예뻐.”


(아이들이 시험을 못 봤다고 울 때나


그림이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는다고 속상해할 때


칠판 옆 이 글을 같이 읽어보곤 한다.)



하면 안될 말


-나 아주 무서운 선생님이야. 그러니 잘 행동해.


-다 필요없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겁주는 멘트)



2. 학기 초 (4,5월)


*친구들 간에 갈등이 일어나는 시기


1)사소한 다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기



*복도에서 사소한 다툼이 있던 상황


“선생님, 00이가 아까 복도에서 줄 서다가 저를 확 밀쳤어요.”


- 정말 기분 나빴겠다. 선생님이 여기서 보고 있을테니까 아까 기분 나빴다고 가서 용기있게 얘기해볼래?


(멀리서 보고 있는다. 혹은 “00아, 잠깐 할말이 있다네 들어볼래?” 라고 멀리서 얘기만 해줘도 00이는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태세를 갖춘다.)


아이들 간의 대화.


“00아. 아까 복도에서 줄 설때 너가 나 밀쳐서 기분 나빴어.”


“미안해..”


“괜찮아”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은 자동으로 괜찮아. 가 나온다. 이렇게 사소한 갈등에는 교사가 아주 조금만 개입하여 스스로 대처하는 연습을 돕고있다.




2) 고자질


고자질과 도움 요청은 엄연히 다르다.


도움 요청은 나와 관련된 일이거나 중요한 일일때,


고자질은 나와 관련도 없는데 단순히 이르고 싶어서


이르는 거다.


일단 이 두가지가 다름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관련된 아이가 '직접' 이야기 하도록 한다.



"00아, 근데 이 일은 **이가 직접 이야기할 일인 것 같아.


선생님은 **이가 도움 요청하면 그때 도울게."




3) 갈등이 일어났는데 서로 얘기가 다를 때

(대략 난감한 상황*)

  


“니가 먼저 와서 물 뿌렸잖아!”


“아니야. 나 그런 적 없어!”



-서로 얘기가 다르네?


각자 입장이 다르니까 한명씩 뭐가 속상했는지 들어볼까?



(만약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른 아이가 중간에 끊으려 하면,지금은 00이가 얘기하는 시간이야. 끝까지 들어보자.


라고 말한다.)



신기하게 보통 한 사람씩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해했던 부분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



이때 이야기의 초점은 ‘무슨 일’ 보다는

‘내가 속상했던 점’이다. 그리고 교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대화하는 것이다.



“아까 **이가 손을 씻다가 물을 확 뿌리고 갔는데,


내가 물을 뿌린 줄 알고 너가 나한테 물을 확 뿌렸어.


그래서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나도 너한테 확 물을 뿌렸어.”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는 리액션만 해준다.)

 그럼 이제 00이도 말 해볼래?



“나는 갑자기 눈에 물이 확 들어와서 너무 따가웠는데 너가 물을 뿌린 줄 알고 너한테 그랬어. 내가 오해해서 미안해.”


(자연스럽게 먼저 사과가 나오기도 한다.)


“아니야. 나도 미안해.”



대부분은 이렇게 해피엔딩이다.


자연스럽게 사과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엔


-각자 그런 마음이었구나. 좀 오해가 있었네. 그치?

혹시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 있니?


라고 물어봐주기도 한다.



-얘들아, 내가 실수하고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는건 정말 멋진 일이야.


라고 늘 말해준다.



이 과정은  잘잘못을 가리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자기중심적 사고의 아이들에게

'각자의 입장에 따라 오해할 수도 있구나' 를

경험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이해받는 경험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런 것들이 반복, 연습 되어서

다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서로 혹시 오해한 것은 없는 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3-1)예외 -  둘 중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


우리 반의 약속 중  2.솔직하게 말하기 가 아직 연습이 안된 경우다.



“내가 그런거 아니라고!”


“니가 그런거 맞잖아. 내가 다 봤는데.”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거짓말 하는 것이 뻔히 보이더라도

교사는 함부로 의심하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반 2번째 약속은 솔직하게 말하는 거지?

어떤 일이 있었나 우리 다시 얘기해보자.


(이럴 땐 아주 세세하게 인과관계를 따지는 편이다.

형사처럼 취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짓말을 하면 오히려 갈등상황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혹시 아까 얘기했던 것 중에 ‘헷갈렸던 부분이

있으면’ 바꿔서 얘기해줘도 돼.


(이렇게 말하면 금세 자신의 말을 정정하기도 한다.)

제가 먼저 놀리긴 했어요. 근데 얘가 바로 확 소리를 질러서 저도 너무 기분이 나빴어요.”


​(이때 교사가 “거봐. 너가 잘못했네. 아깐 왜 거짓말 했어!” 이런 식으로 질책을 하면 안 된다.)


-그랬겠다. 이제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

먼저 놀린 걸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


“내가 먼저 놀려서 미안해.”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사과한다.)



이런 과정을 한 두 차례 겪고 나면

서로 말이 다른 갈등 상황은 잘 생기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거짓말'을 해서 상황을 모면할 수 없음을 배운다.



4) 다소 심각한 갈등 상황(욕설과 폭력)


다소 심각한 상황에는 매우 따끔하게 지도한다.

*욕설


일단, 학기 초에 욕설에 관한 이야기를 꼭 나눈다.


욕은 내가 기분이 나빠서 하지만 결국 내 입 속에 검은색 침전물을 만든다는 것.(EBS 다큐멘터리)


말은 나 자신을 어떤 사람인지 나타내는 것.

나중에 친구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이

 '아~ 그 맨날 욕하는 애?' 라면 어떨까.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대부분 욕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노력한다.


그러나 평소에 자주 사용했던 아이나 가정에서 형,누나에게 자주 욕을 듣는 아이들은 잘 안고쳐진다.


그치만 이런 아이들 조차

욕설이 잘못된 것임은 아주 잘 알고 있고,

고치고 싶어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게 된다.


(욕설을 쓴 상황)

-00이 이리 와. (낮은 목소리 + 무서운 눈빛 발사)


선생님 지금 정말 깜짝 놀랐어.


(잠시 침묵과 계속되는 눈빛 발사)


욕은 절대 안돼. 알겠어?! (언성 높임)



평소에 화를 내지 않는 선생님의 처음 보는 호통에 대부분 눈물이 찔끔 한다.


욕설을 한 아이가 있을 때엔 싸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아, 이건 심각한 상황이다’ 라는 걸 알리는 거다.


그 후 이렇게 말한다.



-평소에 00이가 나쁜 말을 하는 아이가 아닌데,

(맞더라도 그냥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속상한 일이야?



“네… 제가 그만하라고 해도 애들이 자꾸 놀려서 너무 기분이 나빴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

근데.. 이런 상황일 때마다 욕을 하면 될까?


기분이 나쁠 때 혹시 욕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만 하라고 말해요.”

-그래.

그냥 그만 하라고 하면 너가 진짜 화가 났다는 걸 친구들이 잘 모르니까

잘 알 수 있게  힘있고 큰 목소리로 그 친구를 보며


 ‘진짜 그만해. 나 기분 나빠!’라고 말하면 돼.


혹시 그런데도 애들이 계속 놀리면

그건 애들의 잘못이야.

그럴 땐 선생님한테 도움을 요청해.


그럼 선생님이 따끔히 지도해줄게.



*여기서 포인트는

욕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지도하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욕으로 해결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과

정 힘든 상황엔 선생님이 도와줄거라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평소에 욕을 자주 쓰던 아이는 한 번 만에 고쳐지진 않을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부분 횟수가 무척 줄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다.




*폭력


폭력은 욕설보다도 더,

어떤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

잘잘못도 따지지 않고 일단 무조건 따끔히 지도한다.


(따끔히 지도할 때의 포인트는 절대 말을 길게 하지 않는 것이다.)​


-000!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눈빛 발사와 침묵)


뭐하는 거야 지금!


(눈빛 발사와 계속되는 침묵이 중요하다.)


너 당장 나와!


(복도로 부른다. 계속되는 침묵과 눈빛)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를 때리는 건 안돼.


너 알고 있어?

욕설보다 더 강하게 지도한다.

대부분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조금 침묵 후, 절대 친절하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00이가 자꾸 저한테 **이랑 사귄다고 해서 너무 화가 났어요.”


-사실도 아닌데 그런 말을 했다고?(되묻기만 해줌)

한번도 아니고 자주?


“네… 제가 몇번이나 그만 하라고 말로 했는데도

계속 안들어서.. 너무 화가 났어요."

-흠.. 때린 건 잘못이지만 너도 진짜 기분이 나빴겠네. 선생님이 00이랑 꼭 얘기해봐야 겠다.


근데..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할거야?

혹시 또 주먹부터 나갈거야?

“아니요..”


혹은


“아니요. 계속 그러면 화난 목소리로 말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선생님한테 도움 요청할게요.”


(다른 애들이 하는 얘기를 평소에 잘 엿들은 아이다.)



-좋아. 아무리 친구가 잘못을 했더라도 네가 폭력으로 대하면 안되는 거야.


정색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해봐.

그래도 안되면 선생님이 꼭 도와줄게. 알겠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아이에게는 위와 같이 교사가 말해주면 된다.



*위에서 말했듯 중요한 포인트는 교사가 아이들이 욕설과 폭력을 선택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전혀 개입하지 않아 아이들이 선택할 방법이 욕, 폭력 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욕설과 폭력이 나쁜 건 아이들도 안다.


그걸 더 확실하게 알려주고,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욕설과 폭력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는 것이 교사의 할 일이다.



(예외1: 습관적으로 주먹이 나가는 폭력성이 짙은 아이들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교실에서의 지도뿐만 아니라 상담치료, 가정교육 등과 병행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처법은 폭력성이 심하지 않거나 화가 났을 때 대처할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예외2: 집에서 부모님이 "걔가 괴롭히면 때려줘" 라고 말한 경우.


부모의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당하고 있을까봐 저렇게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에도 교사는 폭력은 안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폭력이 아니라 정색으로, 강한 자기 표현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5) 지각하는 아이


지각하는 아이에게는

 "10분만 일찍 오자." 혹은 "00아. 지금 몇 시야~? 몇 시까지 와야하지?" 등으로 짧게 주의를 준다.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아이는 혼내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있다.


8시 50분까지 등교의 경우, 8시 50분이 되면 늘 읽던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옛이야기나 동화책)


늦게 와서 못 듣는 경우엔 '아, 오늘 늦지 말걸! 옛이야기를 놓쳤잖아!ㅠㅠ' 하고는 그 다음 날부터 일찍온다.



3. 학부모 상담주간 (4,5월, 혹은 상시)

-학부모 대하는 법과 나의 3가지 무기


학부모와의 대화에도 역시 교사의 언어가 매우 중요하다.


학부모는 아이들보다 교사를 짧은 시간 만나기 때문에 더욱 교사의 눈빛, 말투, 하는 말로 어떤 사람인지 인식한다.



교사가 학부모를 당당하게 만날 수 있는 세 가지 무기가 있다.


첫 번째 무기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다.


두 번째 무기는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관찰'이다.


세 번째 무기는 꾸준히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통찰'이다.



학부모와의 상담에서 기본적으로 나누는 대화는



1)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2) 학습 태도


3) 기본 생활 습관


일 것이다. 나는 대부분 낱낱이 다 말 하는 편이다. (좋은 점, 고쳐야할 점 모두)



이렇게 말한다.


'제가 본 00이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걸 정말 즐거워해요.


그런데 아직 자기 마음을 말하는 게 서투르다보니 종종 오해가 생겨요.


*제가 00이라면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중요한 포인트!)


친구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많아서 자꾸 친구들을 놀리는 것 같더라구요.'



혹은


'제가 00이였어도 정말 속상했을 거예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는 교사의 판단이 아닌


아이의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기분나빠하지 않는다.



*고처야 할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할 때,


일단 00이는 정말 칭찬할 점이 많은 아이에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저와 약속한 것들도 지키려고 노력해요. 특히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하고 예뻐요.


그런데 본인이 조금 싫다고 생각되는 친구에게는 상처주는 말을 좀 해요. 그러면 그 친구도 상처를 받지만 더 나아가 00이의 친구관계도 안 좋아질 것 같아서 걱정이 돼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학급에서도 노력하고 주의깊게 관찰할테니, 가정에서도 꾸준히 격려와 지도 부탁드려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 학부모는


 '우리 아이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교사는 우리 아이를 미워하는 구나.' 가 절대 아니라!


'우리 아이가 이런 행동을 고쳐야겠구나. 그치만 정말 잘 지내고 있고, 선생님과 소통을 잘 하고 있구나. 나도 격려해줘야겠다.' 라는 마음이 든다.






교사는 말 한마디, 눈빛, 몸짓까지

참 신경 써서 해야할 것이 많은 피곤한(?) 직업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성찰하고 돌아볼 수 있다는 건 실은 축복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으로 함께하기 위해

늘 나 자신을 갈고 닦으며 성장하는

교사의 삶을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작가의 이전글 교사의 언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