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진실

물은 어떤 색을 떠올리게 하는가

by 임지원

#물속으로

톡.. 톡… 톡.


매일 같은 시간, 내 몸은 육지를 벗어난다.

더 정확하게는 육지에게서부터 고립된다.

나는 매일 같은 시간, 물속으로 뛰어든다.


내 몸을 감싸는 물은 놀라울 정도로 투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영장 물이 파랗게 보일 것이다.

먼발치에서 보면 그렇다.

나 또한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영장을 바라보기만 한다면,

시퍼런 물을 볼 수 있으리라.


#파란 물, 투명한 나

나는 그 투명함으로 나를 알아간다.

오늘의 내 수영 기록은 어떤지,

몸의 컨디션은 어떤지,

핀수영 선수로서의 나의 모습은 어떤지.

모두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진다.


투명함의 정도가 너무도 밝아서,

한 치의 가감 없이 드러나서,

가끔은 나를 가둔 수영장이 두렵다.

조금의 부풀림도, 반짝이는 장식도

이곳에선 허용되지 않으니까.


#투명함의 그림자

오로지 ‘나’뿐이다.

속된 말로 발가벗은 원숭이처럼.

이런 나를 부풀리기 위해서는

정당한 실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실력이란 옷으로

원숭이의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나는 어디 있나.

내 옷은 아직 헐겁기만 하다.

있는 듯 없는 듯,

툭 하고벗겨질 것만 같은,

낡은 누더기의 옷.


#나의 옷을 찾아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대로,

내 방법대로 내 옷을 찾아 나선다.

그 여정의 첫발을 내딛으며.



#작품해설

물속은 나에게 투명한 공간이자,

가장 솔직한 거울이다.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차고 외로운 그곳에서,

나는 조금씩 진짜의 나로 빚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