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나는 나를 안아주지 못했다.

누군가 대신 건넨 "잘했어"라는 말

by 임지원

(나는 터치 후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본다.)

- 하...


(얼굴을 찡그리며 헉헉댄다.)

안 그래도 숨이 차고,

사지가 뜯겨나갈 것만 같은데

내 이름 옆에 찍힌 기록을 보니

더욱 숨이 막혔다.


경기장의 열기는 내 몸처럼 후끈거리고,
환호와 탄식이 뒤섞여 귀를 때렸다.

나를 향한 환호는 없었을 것이다.
혹여 누군가 나를 응원했다면,

그건 아마 탄식에 가까웠으리라.



2023년도 사진이다. (본인)

얼굴을 찡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 밖으로 나왔다.

터덜터덜, 발끝에 남은 물방울이

바닥에 톡톡 부딪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간의 노력과 흘린 땀방울이 떠올라
복받치는 감정을 꾹 누르려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다행히 입술이 터지진 않았다.

나는 입을 다문 채,

오로지 걷는 것에만 집중했다.




경기용 수영복을 벗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원래도 잘 벗겨지지 않는

타이트한 수영복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고집을 부렸다.

혼자 끙끙대며 수영복과 씨름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 지원아!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자,
늘 내 곁에서 응원해주던 선배,

소연 언니가 서 있었다.


그 순간, 꾹 다물었던 감정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울음이 터져
아이처럼 울었다.

그런 나를 소연 언니가 꼭 안으며 말했다.

- 지원아, 수고했어. 잘했어.


그건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이었다.

그 말을 나 스스로에게 전하지 못해서,

홀로 끙끙대며 수영복을 벗던 나에게

소연 언니가 대신 전해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고마움이 밀려와,
젖은 몸도 잊은 채 언니를 꼭 껴안았다.


그렇게 나는 잠시나마

솔직한 나의 감정을 마주했다.




살면서 적응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실패다.

어릴 적부터 선수생활을 하며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했지만,
스무 살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실패가 두렵다.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가끔은 아이처럼 울기도 한다.

얼마나 더 많은 경기를 뛰어야,
얼마나 더 많은 실패를 겪어야
‘실패’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아니, 과연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누군가는 이걸 실패로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성공을 위한 과정 중 하나야”

“그냥 한 경기일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선수의 삶은 냉정하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는 명확하고,
노력은 기록으로,
결과는 메달로 남는다.



그런 삶 속에서 나는
‘실패’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친해져 가고 있다.




<작품 해설>

결코 ‘실패’에 초점을 맞추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배 언니에게서 받은

따뜻함을 온전히 담으려면,
그 실패를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더군요.


저는 이 경기를 실패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성공이라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실패와 성공 사이의 간극을 저울질하며
스스로를 냉혹하게

몰아붙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미 우리의 현실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 글은 그날의 제게 전하는 위로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 위로가 독자님들께도 가닿길 바라며.



<다음 화 미리보기>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보다 더 큰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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