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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있는 심리 Feb 25. 2024

[진상의 심리] 사이버 세상에서 악질 댓글을 다는 진상

몰개성화와 익명성

 때는 지난 대선 시즌,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온갖 선거 관련 영상으로 뒤덮였다. 평소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댓글을 찬찬히 보곤 한다. 그런 나는 그 당시 댓글들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정당, 성별, 나이, 지역 등과 관련하여 온갖 혐오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때로는 '저들이 내 가족, 친구, 동료 중 한 명이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한 적도 있다. 분명 저들도 누군가의 가족, 친구, 동료이고 현실에서는 저렇게 말하지 않을 텐데, 왜 인터넷에서는 직접 말하지도 못할 부끄러운 악플을 달까 싶다. 

 실제로는 온화한 사람이 때로는 인터넷에서 폭력적인 악플러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대체 이들은 왜 그럴까? 평소에는 온화한 척 가면을 쓰는 것일까? 혹은 인터넷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를 악플러로 만드는 것일까? 사이버 세상에서 악질 댓글을 다는 진상, 그들의 심리를 파헤쳐보자. 




몰개성화 현상

 

인터넷이 현실과 다른 가장 큰 조건은 무엇일까. 바로 '익명성'이다. 댓글은 댓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간혹 누군가는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을 줄일 유일한 방법이라고 외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을 때,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폭력성과 충동성이 보여줄 때가 있다. 이를 '몰개성화 현상'이라고 한다.


 

 몰개성화 현상(deindividuation theory)(Zimbardo,1969)이란, 사람이 혼자 있을 때, 평소 스스로를 규제하는 도덕적 검열로부터 벗어나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몰개성화되면 자의식이 낮아지고 사회적 평가와 낙인으로부터의 자유를 느낀다. 이 몰개성화 현상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는데, 익명성, 전염성, 암시성이 바로 그것이다(Le Bon, 1895). 이 중 익명성은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을 때 통제감과 책임감이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익명성의 효과는 다음의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할로윈데이에 미국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었다(Diener, Fraser et al., 1976). 연구자는 캔디통과 동전통을 각각 놓고, 그 옆에는 '하나씩 가져가세요'라고 써놓았다. 그러곤 분장을 한 아이들의 일부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도록 하였고, 일부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보란 듯이 자신의 이름을 말한 아이들보다, 말하지 않은 아이들이 높은 확률로 두 개 이상의 캔디를 가져가거나 동전을 훔쳤다고 한다. 사이버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이버 세상은 연구 속 아이들의 분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는 분장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 캔디와 동전에 해당하는 누군가의 권리를 훔쳐가는 악플러를 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의 무조건적인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심리를 이해해 본다면, 적어도 악플러를 만났을 때 여러분이 덜 화가 날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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