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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있는 심리 Feb 28. 2024

[진상의 심리] 과한 부심을 드러내는 진상

인지부조화와 노력의 정당화

*사례는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동아리 회식이 있었습니다. 후배, 동기, 선배들 모두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였죠. 저는 그 회식 자리가 매번 지루합니다. 이유는 '군부심' 때문입니다.


 "어? 이거 가지고 힘들어해? 너 군대 가서 어쩌려고 그러냐.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땐~"


 이런 식으로 복학한 선배들은 남자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이 보이면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곤 합니다. 저는 여자여서 군대 생활도 잘 모르고 공감도 잘 안 가기 때문에, 회식 자리에서 만큼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잔뜩 심취해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선배님을 보면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가 않죠. 도대체 군부심을 왜 부리는 걸까요?




인지부조화 이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대를 간다. 자신의 선택이 아님에도. 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억지로 갔음에도 군 생활에 많은 시간과 노력도 쏟아야 한다. 심지어 그렇게 열심히 군복무를 하더라도 얻는 보상은 그에 비해 작기만 하다.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에 따르면 우리는 기존의 태도와 반대되는 행동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경우, 자신의 태도와 행동 사이의 부조화라는 불편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불편감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태도를 바꾼다. 


 

 대표적인 실험이 있는데,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매우 재미없는 과제를 하게 했다(Festinger & Carlsmith,1959).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그 과제가 매우 재밌었다고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그들의 절반에게는 거짓말에 대한 보상으로 1달러를 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20달러를 주었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실제로 이 과제가 재밌었냐고 묻자 매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20달러보다 1달러라는 더 적은 금액을 보상으로 받은 참가자들의 훨씬 더 많은 이들이 과제가 재밌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20달러를 받은 참가자들은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보상으로 큰 금액을 받았으니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게 된다. 즉, 내가 과제가 재밌었다고 말한 것은 내 진심이 아닌, 순전히 보상을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1달러를 받은 참가자들은 거짓말에 대한 보상이 현저히 작기 때문에, 자신의 거짓말이 어쩌면 고작 1달러를 위한 것이 아닌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즉, 과제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태도와 1달러에 거짓말을 한 자신의 행동 사이에 괴리를 느껴 자신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며 살아야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군대이다. 이들은 군대를 가고 싶지 않고 군복무는 부조리하다고 여기는 기존의 태도와 결국은 군대를 가야만 했던 자신의 태도 사이의 부조화를 겪는다. 군복무를 해야 하는 자신의 행동은 바꿀 수 없으니, 군대는 대단한 곳이고 나는 그곳에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태도를 변화시킨다. 


군부심 말고도, 우리는 주변에서 인지부조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어렵게 면접을 합격하여 들어간 회사가 생각보다 별로여도 그 회사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신입 사원, 악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도 그로 인해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며느리에게 과한 노동의 통과의례를 요구하는 시어머니 등등. 




 '부심'이란 자부심을 말하는데, 보통 좋은 의미로 쓰지는 않는다. 만약 주변에 과한 부심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을 어떨까. 저들은 누구보다도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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