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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있는 심리 Oct 16. 2023

[너는 왜 그럴까] 집착적인 부모는 왜 그럴까

런/아뉘시 차간티


 영화 '서치(2018)'로 유명한 감독 아뉘시 차간티의 영화 '런'은 2020년에 개봉해서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런런 스틸컷



 장애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딸 '클로이'와 그의 엄마 '다이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 다이앤의 딸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볼 수 있다. 도대체 다이앤은 왜 그럴까?




*본 후기는 어떠한 자료도 참고하지 않은 주관적 의견입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 가능해요.

*스포가 가득해요.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런런 스틸컷


Q. 다이앤의 클로이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A. 과잉보호적인 양육방식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양육방식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대상 관계 이론(Object Relation Theory)에 따르면 어린 시절 주 양육자(부모)와의 관계가 아이의 성격과 대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부모가 바람직한 양육태도를 가지고 있을 시, 아이의 성격과 대인관계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부모가 심하게 권위주의적이거나 방임적이거나, 혹은 과보호했을 시 아이의 훗날 성격과 대인관계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부모의 양육태도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 우리는 '과잉보호'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런런 스틸컷



 아이를 위축시키는 부모의 과잉보호


 과보호는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고 걱정하며 제약과 지시를 통해 과도하게 통제하는 양육태도다(Arrinedell & Engebretsen, 2000).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양육태도 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다. 


"너 저 친구랑 놀지 마."

"밤 9시 전까지는 무조건 집에 들어와!"

"대학은 엄마가 가라는 데로 가야지."


  정말 주변에서 많이, 그리고 쉽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부모는 걱정과 관심이라는 포장지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과도한 제약과 통제를 가하곤 한다. 


 영화 속 클로이의 일상을 함께 살펴보자. 클로이는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다이앤의 통제 범위 밖인 순간이 없다. 클로이가 먹는 음식, 약, 하루 일정까지 모두 다이앤의 영향력이 끼친다.

 또한, 다이앤은 딸에게 광적인 집착과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클로이가 자신이 먹는 약의 정체를 알기 위해 영화를 보다 말고 몰래 약국을 간 장면을 떠올려 보자. 그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앤은 크게 불안해하며 클로이를 찾아다닌다. (물론, 영화 속 다이앤은 클로이에게 숨기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극심한 불안을 보일 순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런런 스틸컷


 이러한 부모의 과보호적인 양육태도는 아이들에게 위험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과보호는 청소년기 자녀의 자율성을 저해한다고 한다(Booth-LaForce, Oh, Kennedy, Rubin, Rose-Krasnor, & Laursen, 2012). 또한 새로운 탐색을 하거나 적절한 사회성과 대인관계 능력을 키우는데 방해를 하기도 한다(Rubin, Coplan, & Bowker, 2009). 어쩌면 영화 속 클로이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인물이 아닐까?


 클로이를 보면 어렸을 때부터 장애라는 이유로 휠체어에서 생활한다. 다이앤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장면들을 보면 클로이는 혼자 걷지도 못하고, 계단도 내려가지 못하며, 그 작은 집밖으로 도망치는 것도 어렵기만 하다. 남들은 쉽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클로이에게는 쉽지 않다. 나는 이것이 클로이의 적은 자율성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 하나 혼자서 할 수 없는 클로이는 다이앤이 있어야만 일상이 가능하다. 심지어 원인인 장애조차 다이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사실 클로이를 가로막는 것은 그 어떠한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보호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들을 물리적으로 막는 어떠한 원인이 없음에도 부모 없이 그 어떤 것도 스스로 하기 힘들다. 


 클로이가 결국 다이앤의 손아귀로부터 도망치고 두 다리로 서는 장면은, 다이앤의 과보호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자율성을 찾아가는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런런 스틸컷


Q. 다이앤은 왜 병적인 집착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A. 어쩌면 애착의 잘못된 되물림일 수 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서 다이앤의 등에 많은 상처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다이앤이 클로이에게 병적인 집착을 가지게 된 원인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집착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원인은 정말 다양하다. 다이앤의 개인 내적인 원인도 있을 수 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를 생각해 보면 애착의 되물림이 아닐까 싶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태도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대물림 된다. 즉, 부모가 잘못된 양육태도로 아이를 키웠을 때, 그 아이도 나중에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 똑같이 잘못된 양육태도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이유는 아까 대상 관계 이론을 살펴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의 부모를 통해 내적 표상을 형성하고 이 내적 표상은 아이가 자라서  타인과 대인관계를 형성할 때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자신에 대한 표상을 형성할 때도 영향을 끼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자신의 어머니와 맺은 관계 패턴이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같은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가학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있다면, 이 대상 관계 이론에 따르면 그 아이는 다른 가학적인 사람에게 끌리거나, 혹은 자신의 아이에게 자신이 되러 가학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대상 관계 이론은 후기 정신 분석 이론인 만큼, 프로이드의 결정론과 맥을 같이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하게 어린 시절을 강조하므로 다양한 관점에서 읽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 런런 스틸컷


 그렇기 때문에 다이앤도 어린 시절 잘못된 양육방식 밑에서 자랐고,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가 죽는 충격적인 스트레스 사건에 못 이겨 극단적인 관계 패턴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클로이에게 자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며, 엄마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하고자 한 다이앤. 결국 다이앤 자신이 클로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기에 그런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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