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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있는 심리 Oct 20. 2023

[진상의 심리]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진상

자기초점주의와 적대적귀인편향

 하루는 골목길을 걷고 있을 때 빠른 속도로 내 옆을 지나가며 엄청 큰 경적소리를 내는 운전자로 인해 크게 놀란적이 있다. 좁은 골목길을 운전할 때는 천천히 가거나, 경적소리를 가볍게 내준다면 참 좋을 텐데. 

 또 다른 날은 운전을 하는 데, 깜빡이를 켜고 천천히 차선을 바꾸고 있었다. 그러자 옆 차선의 운전자가 큰 경적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앞 차에 붙기 시작했다. 배려와 양보를 해준다면 참 좋을 텐데.

 


 우리는 길을 걸을 때나 운전을 할 때나 간혹 이런 진상들을 마주치곤 한다. 그들에겐 인내와 양보란 없다.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고 크고 여러 번의 경적소리를 낸다. 그들 덕에 위험천만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 저 사람이 똥이 급한가 보구나."하고 넘어가곤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의 심신안정에 좋다. 그리고 운전할 때는 도로의 모든 운전자가 잠재적 미치광이라는 생각으로 매번 경계태세를 가지고 안전운전을 한다. 


 주변을 보면 평소에는 화가 많지 않은 사람이 운전대만 잡으면 마음이 급해지고 욕을 일삼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럴까? 원래 난폭했는데 평소에는 누르고 살았던 것일까. 아니면 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들을 난폭하게 만든 것일까.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진상, 그들의 심리를 파헤쳐보자. 




자기초점주의


 운전자들은 자신의 차 안에서 운전한다. 즉, 운전자들은 서로의 얼굴이 아닌 서로의 차를 보게 된다. 이게 왜 그들을 난폭하게 만드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유는 자기초점주의에 있다. 


 자기초점주의(self-focused attention)자기와 관련된 내적인 정보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Ingram, 1990). 타인의 시선은 강력한 사회적 자극 중 하나이다. 이러한 타인의 시선은 우리의 주의를 나 자신으로 집중하게 만든다. 즉, 자기초점주의를 강화시킨다(Duval & Wicklund, 1972). 


 예를 들어보자. 혼자 노래방을 갔을 때 여러분은 어떤가? 혼자 노래방을 가면 신경 쓸 타인이 없기 때문에 삑사리가 나거나 가사를 실수해도 개의치 않는다. 또, 잘 추지 못하는 춤을 자신 있게 추기도 한다.

 반면, 많은 사람들과 노래방을 갔을 경우는 어떠할까. 삑사리가 나는 순간 모두가 나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있는가. 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우리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신경 쓰일 것이다. 그때부터 혼자 갔을 때는 안중에도 없었던 나의 목소리, 숨소리, 노래 부르는 표정, 자세 등 모든 것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즉, 우리는 타인과 있을 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평가받을 수 있는지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우리의 주의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며 자기초점주의가 발동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운전자들의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운전자들은 차 안에서 다른 운전자들의 시선을 느낄 수 없다. 내 앞에 있는 차를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 정말 차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평소 사람을 대면으로 만나는 상황보다 자기초점주의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자기초점주의가 약화되면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덜 신경 쓰게 된다. 내가 하는 진상짓이 관찰자의 시각에서 조망되지 않기 때문에 더 과한 진상짓이 나오는 것이다. 

 



적대적 귀인편향


 운전자들은 다른 운전자나 지나가는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는 가. 일단 언어적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간혹 창문을 내리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있긴 하다만, 이 경우는 예외로 치자. 즉, 운전자들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한다.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이란 의사소통에서 언어, 즉 말소리를 제외한 것을 말한다. 운전자가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경적소리, 비상깜빡이, 차량의 움직임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물론 창문을 내리고 말을 하거나 손짓을 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 제외). 이러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큰 단점이 있다. 바로 타인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없어 오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카페에서 수다를 떨게 되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동안의 근황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에 앉아있는 친구의 표정이 좋지 않다.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팔짱도 끼고 있다. 그러자 나는 반가운 마음은 어느새 가시고 이 친구가 나에게 화난 게 있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정말 이 친구가 나에게 화난 게 있는 것일까?

 이 친구는 그날따라 일이 힘들었어서 피곤해서 표정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 팔짱은 아무 의미가 없는 습관적인 자세였을 수도 있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으로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모두 알 수 없다. 그건 독심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타인의 의도와 생각을 오해해서 받아들이게 할 때가 있다. 이때, 우리가 타인의 행동을 부정적인 의도에서 나왔다고 해석하는 경향을 적대적 귀인편향이라고 한다.


 적대적 귀인편향(hostile attribution bias)이란 타인의 애매한 행동을 적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운전을 하게 되면 내 앞의 차가 급하게 끼어들거나 추월할 때, 그들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전적으로 우리의 해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똥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적대적 귀인편향을 하게 되면 나를 무시하고 시비걸기 위해서 한 행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도로 위에서는 양보하고 안전 운전하는 것이 좋다. 난폭운전이나 보복운전과 같은 진상짓을 하면 안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심리를 이해해 본다면, 적어도 진상을 마주쳤을 때 여러분이 덜 화가 날 수는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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