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꽃 그리기(1)

연꽃의 한살이에 얽힌 시간을 보다

by 구자훈

열흘 너머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던 사진 속의 연꽃이 스케치북으로 옮겨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여름 아내와 아들과 동해로 휴가를 가는 길에

두물머리를 들렀다

그곳은 연꽃과 연잎 핫도그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연꽃의 개화 시기가 지난 8월 중순이었다.


꽃이 진 자리에 푸르고 갈색인 연밥이 여기저기에 솓아 있었는데

그 와중에 흰색과 노란색이 절묘하게 섞인 연꽃 몇 송이가 피어 있었다.

연노란 흰꽃과 막 만들어진 녹색 연밥,

갈색으로 변한 연밥,

이슬 내려 흰빛이 도는 연잎,

푸른 연잎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사진을 찍는데, 연꽃의 한살이에 얽힌 시간을 보는 듯했다.

연꽃1.jpg


한동안 잊고 있다가

가을이 깊어진 10월 말에 그 사진을 기억에서 불러냈다.


저 노란색이 연하게 비치는 흰색을 색연필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는 것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나에게 늘 그랬듯이


새로운 시작은 쉽지 않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