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적 정신치료가 10회기로 종결되었다. 치료를 시작했을 때는 오래 받을 생각이었는데, 여러 번의 자살시도와 이런 저런 상황이 겹쳐 치료가 끝나게 되었다. 선생님과는 다시 외래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다시 시작하기를 권하셨다.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치료라고 말씀하시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선뜻 그러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회기당 15만원이라는 비용도 부담될 뿐더러 나는 지금 해야 하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의미를 찾아 의대 편입을 준비하는 중이다. 지금 상황에서 대체 누가 누굴 살리겠다는 건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살리는 일이 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선생님은 그럼에도 치료를 권유하셨다.
10회기의 정신 치료, 그리고 그 전의 수많은 외래 치료를 통해 깨달은 건 나는 참 물결에 흔들리는 해초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줏대가 없어 이리저리 흔들린다. 선생님은 감정을 지지하는 기능을 본인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순간이 반드시 필요할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이 다시 돌아올 나를 위해 치료적인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겠다고 하셨다.
오늘 선생님과 대화를 하며 결국 울어버렸다. 내가 너무 나아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이 치료에 도저히 끝이 없는 것 같아서. 자꾸만 나를 탓하고 싶어서. 모든 진료와 상담을 다 그만두고 잠적해버리고 싶다, 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한심해서 또 사라지고 싶었다.
날이 참 덥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길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죽고 싶니, 살고 싶니?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침묵만 유지한다. 누가 나에게 답을 알려주면 좋겠다. 하지만 답을 스스로 찾아야한다는 것 쯤은 알아. 그게 참 벅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도 살아가는 것 뿐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고.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