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 반에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요즘에는 생물학을 공부하는데,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건 언제든 신나는 일이다. 오전 내내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학원으로 출근한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늘어져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쉽지 않다.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할 때면 재촉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지쳐버릴 때는 나도 학원 바닥의 체크무늬 타일을 가만히 쳐다보며 쉰다. 퇴근하고 바닥 청소를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다보면 문제를 다 푼 학생들이 찾아온다. 이렇게 오후가 지나간다. 퇴근 후 저녁을 챙겨먹고 보통 공부를 하지만, 과외 수업이 있거나 약속이 있는 날도 있다. 내 과외 학생은 중학생인데 예술 계열을 전공하고 있다.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가끔 보여주는데, 어릴 때부터 꿈을 찾은 모습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한다. 과외가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된다.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간다.
오늘은 오전에 정신과 진료를 다녀왔다. 치료를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아직 치료를 중단할 때가 절대 아니라고 대답하셨다. 무언가 많은 말을 하셨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더이상 내 하루를 버티고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끝없는 무기력감이 내 삶을 방해한다.
일상이 되어버린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요즘엔 어떻게 해야 확실히 죽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 한강은 사람이 너무 많고, 손목을 깊게 그을 자신은 없어. 사람이 없는 저수지에 빠지거나 번개탄을 피우자. 이 말을 밖으로 꺼내면 생각이 현실이 되어버릴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하루들이, 이제는 꽤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