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사물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흥미 있는 것이 생기면 오랜 시간을 들여 알아내고야 마는 타입이다. 28년을 살아오며 정작 내가 관찰하지 못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나는 거절에 대한 불안이 매우 심한 사람이다. 어느 정도냐면, 가족은 물론 십 수년을 만난 친구에게도 민폐가 될까 힘든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 몇 년동안 주 1회 보고 있는 치료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내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까봐, 차라리 혼자이길 택한다. 이 성격은 내 생존 방식이었다.
오늘 진료 시간에 울면서 말했다.
“사실 저도 제 안에 있는 어떤 감정들이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인데,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마음속 깊이 어딘가에 묻혀 있는 그런 걸 이렇게 꺼내서 얘기를 한다 해도 어차피 타인이니까 이해 못할 거고, 그냥 평소 하던 것처럼 혼자서 감당하는 게. 아직도 좀 저는 제 얘기를 하는 게 좀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해요.”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은 많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진솔하게 내 불안을 표현한 건 처음이었다. 가장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에서조차 머뭇거리고 버림받을까 불안해하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그래서, 일단 그러한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런 마음을 가진 나도 나야.
사람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내 강한 방어기제도 긴 노력을 들여야 변화할 것이다. 선생님은 치료 과정에서 절대 손을 놓지 않겠다고 하셨고, 나는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 나의 약한 점을 인정하는 게 출발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