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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Jul 24. 2024

호전

정말 오랜만에 웃으면서 진료실에 들어갔다. 이번 한 주는 잘 지냈다고 말하자 선생님도 내 목소리가 밝다며 함께 웃으셨다. 30분동안 여러 대화를 나누다가 정신분석적 치료를 다시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치료를 주 2회 받는 것을 제안하셨다.


나는 나를 피하고 있었다. 내가 마음이 힘든 이유를 부정했고, 나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나도 내 감정을 끌어안고 인정하고 싶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지난번 진료에서는 선생님에게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 진짜 모습을 보여드리면 선생님이 저를 떠날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제 속마음을 얘기 못하겠어요.”


불안했다. 끝의 끝까지 파고들어가 깊은 곳의 나를 마주하기가 두려웠다. 사실은 선생님이 나를 떠날까 두려운 게 아니라 나 스스로가 나를 버릴까 두려운 건지도 모른다. 겨우 이어잡고 있는 이 삶의 끈마저 놓아버릴까봐.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조금 편해졌다. 이렇게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이 콕 박혔다. 그리고 생각했다. 살고 싶다고. 나도 내 삶을 살고 싶다고.


언젠가 다시 힘들어질 때면 이 순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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