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고, 지난 주에는 내 삶을 열심히 살고 싶었다. 오늘은 다시 절망 속에 빠졌다. 오전 내내 공부를 하다가 오후에 출근했는데 하늘이 쨍쨍하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마치 내 마음 같아. 양 극단을 오가는 내 마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 밤에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다가 낮에는 웃으면서 활기차게 지낸다. 혼자 있을 때는 무표정을 짓는다.
의사 선생님과 나의 휴가 일정 때문에 처음으로 약을 3주치 받아왔다. 항상 주 1회 만나왔기 때문에 선생님은 우려를 표하셨다. 두터운 약 봉지를 들고 병원을 나오는데, 문득 이 약들을 한번에 삼키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항우울제 두 종류, 밤에 먹는 안정제. 잠시 약봉지를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이 정도 먹어서는 어차피 죽지 않아.
선생님은 정신분석적 치료를 주 2회 받는 것을 제안하셨다. 이 치료가 시작된다면 나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이제 내가 무엇으로터 낫길 원하는지 헷갈린다. 그냥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파스스 사라지고 싶다. 존재감 없이, 그렇게.
오늘도 울고 싶은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