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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Aug 14. 2024

차라리

“선생님, 저는 차라리 몸이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몸이 아픈 건 눈에 보이는데, 마음이 아픈 건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힘들다고 얘기도 못하겠고,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해요.”


내 말을 들은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얼마나 서럽고 힘드셨으면 차라리 몸이 아픈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을까요.”


눈물이 터져나왔다. 정적 속에서 울다가 꾸벅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마음을 서럽게 하는 일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도, 그리고 나를 불안하게 하는 일도. 혼자서는 마음껏 울지 못하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꾹꾹 참은 울음은 이렇게 치료자들 앞에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내가 치료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이다.


공부를 하고, 일 3개를 하고, 블로그와 브런치, 그리고 유튜브를 운영한다. 몸이 3개여도 바쁜 나날들이다. 죽고 싶다는 열망은 바쁜 일상 틈바구니에서 아스라이 피어올랐다가 펑 하고 사라진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못하는 감정은 마음 속에 껴안고 살아간다.


뜨거운 땅 위를 걸으며 생각한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해결하자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해결해버리자고. 삶이든 죽음이든 온전히 선택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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