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쓴 글만 보면 상태가 괜찮은 것 같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약이 도와주던 역할을 내가 해야 하니 너무 너무 버겁다. 일어나서 씻고 출근하고 말을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것- 이런 모든 일상을 살아내는 게 당연하지 않은 게 되어버렸다. 화장도 하지 않고 마스크를 끼고 옷도 대충 입고 다닌다. 새벽 3-4시쯤 겨우 잠드는데 그마저도 매일 악몽을 꾼다. 오전에 침대에 계속 누워 있다가는 또 밤에 못 잘 것 같아서 일부러라도 밖에 나온다. 읽을 책을 들고 카페 가기. 물론 이건 표면적인 이유고 집에 혼자 있으면 자살할 것 같아서 억지로 나온다. 그렇다고 엄마가 있는 것도 싫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자꾸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너 이러다 진짜 죽어. 뭐라도 해.
자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3년째 이러고 있어? 멘탈이 왜 이렇게 약해? 너보다 힘든 사람들도 다 살아가고 있잖아. 죽을 거라면 제발 시도만 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확실히 죽어버려. 이도 저도 아니게 살아가지 마. 여전히 내가 극도로 미워서 뭐 하나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할 게 없다.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식욕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먹는다. 때로는 밤에 폭식을 한다. 빈 속은 커피와 술로 채운다. 매일 속이 쓰리다. 이렇게 서서히 내 몸이 망가져서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건강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다.
무언가를 하기도 싫고, 아무 것도 안 하기도 싫다. 이제는 온전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자신이 없다. 아무도 만나기 싫고 사람들 앞에서 웃는 것도 지쳤다. 차라리 내 병이 약으로 개선이 되는 조현병이나 조울증-선생님이 절대 아니라고 하신-이었다면 평생 약을 먹는다는 각오로 살아갈 수라도 있을 텐데. 아니면 눈에 보이는 아픔이기라도 하면, 마음 편히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 성격이 이렇게 글러먹은 걸 고치려고 하니 앞이 캄캄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뭘 하겠어. 하루 하루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형수같다. 내 남은 수명을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