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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Oct 25. 2024

LEVEL UP

오늘 상담을 받던 도중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 달라졌다고, 레벨 업 했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다시 힘든 부분이 생겼을 때 예전과는 다를 수도 있다고.


요 며칠 동안 상태가 아주 괜찮았다. 잠도 잘 자기 시작했고, 우울감에 잠식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가 치솟았다. 노래를 들으면 신이 났고 맑은 날씨가 행복했다.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고 이제 3년을 채웠는데,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안정감이었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는 내가 가장 잘 한 점은 ‘치료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3년동안 약을 먹고 상담을 받았다. 약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끊었지만, 두 개의 치료 창구에서 상담은 꾸준히 받고 있다. 그동안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치료자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그걸 풀어가며 더 솔직한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억압과 방치. 내 유년기 성장 과정의 키워드이다. 나에게 감정은 항상 숨겨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힘들어서 혼자 끙끙 앓다가도 병원이나 상담실에 찾아가면 그것을 함께 풀어가주는 분들이 있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공감과 지지, 그것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죽음 말고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이 들지만 지금의 좋은 감정을 충실히 느껴보기로 했다. 받아들이고 체화하면, 나중에 다시 우울에 빠져들었을 때 희망을 가질 수 있겠지.


스스로를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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