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전 약을 끊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정신과 약을 먹기 전 나는 45키로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고, 약을 먹으면서 3년동안 23키로가 쪘다. 거울 속 내 모습이 혐오스러웠고, 맞지 않는 옷을 보며 자책을 했다.
점점 식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먹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한 끼조차 먹지 않는다. 먹지 ‘않는’ 것에서 먹지 ‘못하는’ 것이 되었다. 온 몸으로 음식을 거부한다. 몇 입 억지로 먹으면 토할 것 같아서 바로 식사를 중단한다. 내과에 방문하니 식이 장애인 것 같다고 정신과 방문을 권유하셨다.
오늘 진료 시간에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한참 대화를 하다가 진심이 나와버렸다.
“그냥 이대로 몸이 망가져서 죽어버려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긴 대화 끝에 선생님이 권유하신 것은 더 멀리 가기 전에 돌아오는 것, 그걸 위해 약을 재복용하는 것이었다. 식이 장애는 사망률이 높다거나 몸이 망가지면 회복하기 어렵다거나..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도 아무런 경각심이 들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 그러니까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해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다음 주에 다시 약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했지만, 나는 아마 약을 먹지 않을 것 같다.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