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화면 뒤의 세상
가득 찬 별들로 반짝인다
내 모습은 그곳에 없는데
반짝임 속 내 일상이 흐려진다
손에 쥔 스크린은 밝은데
마음속엔 차가운 그늘이 드리우고
저 멀리 펼쳐진 세상의 소식 속에
내 조용한 숨소리는 묻혀 버렸다
기계적인 움직임, 반복되는 스크롤
그 사이로 스멀거리는 공허의 미소만이
나를 반긴다
저는 SNS라는 세계를 늦게 접한 편입니다. 주변인들과의 소통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왔고, 글을 쓸 공간이 필요해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을 때는 이 새로운 세상이 신기했습니다. 타인의 일상과 경험을 쉽게 엿볼 수 있었고, 몇 시간이고 흥미로운 콘텐츠에 빠져들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SNS는 한편으로 저를 안락하게 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허함과 함께 제 자신을 놓아버리게 만들었습니다. 일상의 모든 기준과 시선이 어느새 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맞춰져 있었고, 그들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타인의 세계를 구경하며 비교하게 됩니다. 현실의 시간이 사라지는 그 공간에서 마치 무언가를 얻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SNS 속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삶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들만을 공유합니다. 이따금 그것이 진짜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건 단편적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놓치곤 합니다. 왜 그리 반짝이는 모습에 집착하게 될까요? 어쩌면 우리는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의 ‘진정성’을 잃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시간을 쓰고 있을까? 이 시간은 진짜 나의 것일까?”
철학자들은 자주 외부로부터 오는 기준이 우리의 내면을 흔든다고 말하곤 합니다. 현대에는 특히나 화면 뒤에서 매일 쏟아지는 이미지와 정보가 그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준들은 우리의 본질을 잊게 만들고, 본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흐릿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우리는 갈수록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더 나은 모습을 원하게 되죠. 이런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는 점차 희미해지고, 본래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맙니다. SNS라는 세계에서 끊임없이 확장되는 욕망과 비교의 덫 속에서 자아를 지키는 것은 한편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은 SNS의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을 올리고, 가까운 사람들의 소식을 확인한 뒤에는 가능한 빨리 앱을 종료합니다. 이 작은 행위들이 비록 단순해 보이지만, 저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존재를 지키려는 작은 저항이자, ‘나’라는 사람을 잊지 않으려는 다짐입니다.
SNS는 분명 세상을 연결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의 시간을 어떻게 쓰고, 무엇에 집중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저의 몫입니다. 앞으로도 SNS 속의 허무한 미소가 아닌, 제 삶의 진정한 미소와 평온을 되찾고 싶습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