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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나쁜 말?

by 관돌

"허허허"

"네. 전 괜찮습니다."

"편하신 대로 정하세요. 전 상관없어요."

"네. 이해합니다. 오죽했으면..."


어찌 보면 굉장히 예의 바르고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말투다.


상대방에겐 부담이 덜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물론, 요즘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는 것 자체를 부담

으로 느끼는 경우도 많은 듯)


이 말투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 상대방은 착하다고들 한다.

모나지 않다고도 해준다.

무난한 사람.

이해심, 배려심이 많은 사람.


그런데 위에 표현들은

정말 그 사람이 쓴 표현을 곡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함을 느끼는 경우이고...


아닌 사람들은...

아직 그를 파악하기 전에는 서먹서먹해하면서

예의도 갖추기도 하지만...

조금 친해졌다 생각되는 순간...

예의를 놔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냥 이용해 버린다.

호구로...


별 저항도 보이지 않고...

곧이곧대로 따라주는 모습도 보여주고,

자신의 말에 쉽게 속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점점 익숙해지면서

이용하려는 모습도 보이려 한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이제는 보인다.

정말 장난으로 하는 건지.

아님, 진짜 호구처럼 대하려는 건지.


그냥 그러려니 하며 속아 넘어간다.

일일이 선을 긋기도 힘들다. 피곤하다.


혼자만 속아준다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이는 게 편해졌다.


호구...

누군가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좋은 의도로 편하게 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쉽게 누군가 나에게

호구

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호구가 아닐 수도 있으니.


그런데 호구...

어쩌면 꼭 나쁜 의미도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편안한 상대로 느끼기에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는 거니깐...


호구...

참 어감도 좋지 않고

의미도 좋지 않은 말이지만...


가끔씩 타인들의 시선에 느껴지는 내 모습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쁜 의도로만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호구...


그런데 나 진짜 호구일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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