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보다 중요한 건 팀워크이죠!"
"개인상도 좋지만 팀 우승이 우선입니다!"
우습게 들었다.
'개인... 아니, 내가 더 중요하지 않나?'
'그냥 대중 앞에서 하는 의례 인사치레겠지?'
팀보다 중요한 개인은 없다!
도무지... 아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 말이지만,
지금까지 나에겐 이런 말들이 전혀 공감...
와닿지 않았다.
팀도 분명 중요하지만,
이제까지 가급적 개인 플래이를 선호해 온
나였기에...
현재 맡고 있는 업무도 팀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저 각자가 맡은 역할에만 충실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단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순간에만
팀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아니 불과 네다섯 시간 전까지만 해도...
짧고 미흡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불과 찰나였다.
그리고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또한,
그리 길지 않았다.
일에 대한 협력도 중요하지만,
이 순간 느낀 건 아니다.
나의 감정, 상태, 행동 전반에 대해서 곁에 있는
누군가가 말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그 순간...
솔직히 들키고 싶지 않았다.
도움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
단지, 미안한 생각뿐이었다.
'왜!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거지?'
'어디서부터 틀어진 거지?'
생각이 많아졌다.
명확한 답 또한, 나오지 않았다.
답답하지만 그 답답함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명확하게 털어놓을 순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답답함이 나 또한 명확하지 않았기에.
그래서 더 답답했다.
누군가를 탓하고도 싶었지만 탓할 수 있는
대상조차 없었다.
그리고 불운은 한 번에 온다는 것처럼...
오늘 하루동안 이상하리만큼 생각했던 것만큼
딱딱 맞아떨어진 일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의 하루를
방해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뮈지? 뭘까?'
'되는 일이 하나도 없지?'
답답하면서도 궁금했다. 불안했다.
맡은 일을 끝내야 되는 시간임에도 의도치 않게
돌발 상황이 생겨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아니, 처리는 한다고 해도 그걸 해결하려면
18시 정시 퇴근 자체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다. 감당해야 될 범위니깐...'
그런데 이건 뭐지?
이미 처리해야 될 일들이 벌써 다 마무리 지어져
있었다. 그것도 대충이 아니라 말끔하게.
'이건 또 뭐지'
"형 오늘 멘털 나간 것 같아서 우리가 미리 해놨어요!"
"남아있는 사람들이 도와주는 거죠"
"같은 팀인데 같이해야 분위기도 좋아지죠"
"형 고생한 거 아는데 같이 해야죠"
"내가 다행히 아는 거라 도와드릴 수 있는 거죠!"
솔직히 눈물이 날 뻔했다.
아니, 보이는 눈물은 아니었지만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이 사람들 도대체 정체가 뭐지?'
'왜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는 거지?'
물론, 같은 업무처리를 위한 팀이기에
도와준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냥...
진정으로 도와주고자 하는 진실된 마음들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팀이잖아요!"
"우리도 다 겪어봤어요. 어떤 마음인지 알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이제 기분 좀 풀렸어요? 우린 대리님 마음이... 멘털이
회복됐는지가 더 중요해요!"
또 한 번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음속으로...
'이 사람들 도대체 뭐지?'
겉모습이나 말투는 누가 봐도 경상도 토박이들.
무뚝뚝함이 철철 흘러넘친다.
그런데 더 많이 흘러넘치는 건...
'정'이었다.
그리고 또 한마디 심금을 울린 건...
"이 업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으로 하는 거예요!"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팀워크...
운동부에서만 통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나한테 이렇게 진정성 있게 다가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팀이란 항상 감독, 주장이 이끌어 나가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아니다.
어떤 직책이건 누가 더 오래 했건, 아니건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그저...
마음이 가장 큰 힘인 것 같다.
나중에...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식의 고마움을
느끼게 하거나 전달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