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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Oct 10. 2024

업무 보고서의 정석

What the Company Thinks #10

직장에서 나를 표현해 주는 것은 업무이고, 나의 업무는 결과물로 표현된다. 

그리고 결과물은 보고서와 같은 문서가 되는데 우리는 이 보고서만 잘 써도 업무의 신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보통 일을 시작할 때는 기획서를 쓰고, 일이 끝나면 보고서를 작성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획서와 보고서를 마치 컨설팅회사나 대기업 임원 보고용으로 쓰는 책 한 권짜리 두툼한 문서일 거라는 편견부터 버리자. 여기서 말하는 기획서/보고서는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최소단위의 문서를 뜻한다. 


즉,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담는 문서에서부터, 일이 끝났을 때 결과를 정리하는 문서를 모두 포함한다. 

그 일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었을 때 이거 보시면 됩니다라고 건네는 모든 문서를 보고서라 칭하겠다. 



또 기획서/보고서는 마치 MS 워드로 작성되어야만 할 것 같지만 아니다. 내가 작업하는 문서가 스프레드시트면 스프레드시트에 있을 수도 있고, 메모장이나 심지어 손으로 쓸 수도 있다. 실무적으로 서로 뜻만 통하면 된다는 뜻이다.  


독자분들 중에 혹시라도 내가 경력 10년 차인데 문서 하나 못 쓰겠어?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른다. 맞다. 아마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학교 다닐 때부터 수없이 많은 문서들을 써 왔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주니어 사원은 물론 시니어 팀장들도 모두 포함해서 기획서/보고서를 제대로 쓰는 경우는 20%가 안 되었다. 왜냐하면 기획서/보고서를 작성할 때 평소에 '이것'을 강조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직장인들이 가장 억울해할 때가 있다. 바로 열심히 일했는데 내가 한 일을 회사가 몰라줄 때이다. 우리 회사에도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저 진짜 요즘 밤낮없이 일하고 있어요. 주말에도 일 하는 거 모르세요?"

"인력이 부족해서 한 사람이 세 사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사람을 안 뽑아주는지 모르겠어요."


억울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회사라는 동물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포커싱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럼 열심히 내 힘 빼서 억울한 평가를 받느니 적어도 일한 만큼, 아니 사실은 그 이상으로 평가도 받을 수 있다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일한 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나의 무기가 바로 기획서/보고서이다. 기획서/보고서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 시작할 때 계획을 알려주는 것이 기획서, 일 끝났을 때 결과 공유하는 것이 보고서라고 생각하자.


그런데 실제로 현업에서는 중요한 '이것'이 빠져있는 경우가 80%나 된다고 했다. 일단 '이것'이 빠지면 아무리 잘 작성한 기획서/보고서라 하더라도 상사나 경영진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그 '이것'은 바로 써머리(Summary)이다. 




하, 뭐야. 내가 직접 추진한 마켓 프로젝트와 실제로 얻어진 값진 데이터들에서 추출된 엄청난 인사이트들이 즐비하게 담겨있는데 고작 써머리 하나로 평가받는다고? 


음 미안하지만 맞다. 써머리가 없다고 당신이 수행한 업무의 가치가 낮아지지는 않겠지만 '전달'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으면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당신은 또 억울해질 것이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내가 행한 것들이나 사고의 흐름을 구구절절 적은 문서를 보고서라고 올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또 기승전결, 서론 본론 결론의 논리전개를 펼치고 자기가 분석한 각종 링크들과 첨부문서들이 난무한다. 더불어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결과값을 찾기 위해 엑셀 수식을 거슬러 올라갈 때쯤엔 이걸 작 성한 사람이 마치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보세요, 저 정말 열심히 했죠? 어서 칭찬해 주세요."
   

써머리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는 당신이 행한 일을 보고받는 사람은 항상 바쁘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 일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고 열심히 했나를 보여주려고 하지 말자. 어차피 진짜로 열심히 했다면 결과물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상급자는 그 일의 핵심 결과물만 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무조건! 한 페이지다. 핵심을 축약하는데 자신 있다면 반페이지도 괜찮고, 심지어 불렛포인트 세 줄도 괜찮다. 구구절절 쓰는 것보다 핵심요약이 훨씬 어렵다. 요약만 잘해도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또 써머리는 항상 모든 문서(스프레드시트, 파워포인트, 워드, 컨플루언스, 지라 등등) 가장 앞단에 와야 한다. 그럼 읽는 사람은 써머리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캐치하고 더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때는 본문을 볼 수 있다. 만약 상급자가 궁금해할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써머리에 미리 관련데이터 링크를 심어 놓는 스킬을 발휘할 수도 있다. 


써머리는 내가 한 일의 모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을 제대로 하는 상급자라면 실무자가 행한 모든 것들을 다 따라가면서 결과를 이해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한 일을 표현해 주는 것은 써머리가 80%, 나머지 본문이 20%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시를 보자. 우리 회사는 3년 전쯤 사업용으로 부동산 매입을 검토한 적이 있고 그때 실무자에게 결과 좀 보자고 했더니 실제로 내게 이런 시트를 내게 보내왔다. 



와아 정말 열심히 조사하고 디테일까지 신경 쓴 티가 난다. 하지만 상급자인 나는 디테일을 보고 싶지 않다. 내가 여기 있는 숫자와 자료들을 실무자가 작성한 대로 모두 따라가려면 30분 이상 시간이 걸릴 것만 같다. 나는 애초에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찡그린 표정을 숨긴 채 이렇게 얘기한다. 


"그래서 핵심이 뭐예요?"


그렇다. 문제는 써머리가 없다.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꼼꼼히 작성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저것은 실무자가 작업한 날것의 것이다. 상급자 보고를 위해서는 반드시 써머리가 있어야 한다. 



같은 문서에 써머리만 추가시켜 보았다. 핵심 결론을 리스크요소와 함께 쓰고 그러한 결론이 나온 근거를 링크로 연결하여 궁금하면 찾아보게 만들었다. 써머리만 보고 다 이해된다면 상급자는 OK 할 것이고, 더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링크를 타고 좀 더 들여다볼 것이지만 이내 다시 써머리로 돌아와서 검토를 끝낼 것이다. 


이처럼 써머리는 스프레드시트나 엑셀 문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파워풀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상급자, 평가자, 리뷰어의 시간을 절약해줘야 하고 디테일을 원한다면 볼 수 있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이 뜬금없는 게 아니라 충분한 조사에 근거한 것이니까 근거자료는 첨부하도록 하자. 이런 식이면 실제로 투입한 노력 대비 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보통 써머리에 포함되는 것은 

주제/배경/목적

접근방법

결과/판단 근거

리스크

필요자원

정도다. 여기서 업무 내용에 맞게 커스텀하면 되고, 장문의 글씨보다는 깔끔한 요약문 형태로 문장도 한 줄이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기획서의 경우 저기서 결과와 판단근거가 빠지고 대신 '진행 스케줄' 또는 '데드라인'정도가 추가되면 끝이다. 



보고서란 업무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핵심 결과물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써머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모든 업무 타입의 커뮤니케이션에 적용될 수 있다. 세 가지만 기억하자. 

1) 한 페이지로 
2) 가장 앞단에 
3) 짧고 굵게 

그럼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내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잘 쓰여진 One-pager Summary로 모두가 업무 능력도 향상시키고 뛰어난 인재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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