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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Oct 25. 2024

생애 첫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 (1)

From Desk to Dream #4

사업 확장을 위해 추가 자본이 필요한 경우 따라야할 순서가 있다. 


직장 생활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며 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분들은 이미 자기 사업을 조금씩 진행하셨을 것이라 믿는다. MVP도 검증했고 PMF도 완성했다면 10만 원이든 20만 원이든 최초의 매출도 발생했을 것이고 이미 혼자가 아니라 동업자나 직원을 구했을 수도 있다. 


MVP: Minimum Viable Product (내 사업모델의 가장 작은 단위,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형태)
PMF: Product Market Fit (내 MVP가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지)
* 사례는 <퇴사 후 자기 사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편 참조


우선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 단계까지 왔다면 사업의 가장 작은 사이클을 완주한 것이고 또한 자유로운 인생을 위한 가장 위대한 첫 발을 디딘 것이다. 우리는 이 첫발을 디딘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의 갭이 천지차이임을 알기에 충분히 축하받을만하다.  


여기까지는 월급을 쪼개 착실히 모아놓은 자금이 시드머니 역할을 톡톡히 해왔을 것이다. 누군가는 적금을 깨기 위해 가족의 눈치를 봐야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미래에 갖고 싶은 무언가를 포기했을 정도로 소중한 시드머니. 마침내 그 시드는 싹을 틔웠고, 이제 큰 나무로 자라기 위해서는 재투자가 필요하다. 




재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사업에서 번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면 리스크도 없고, 나의 오너십을 100% 유지할 수 있어 앞으로도 나의 사업을 온전히 나의 의지대로 끌고 갈 수 있다. 


2018년도에 4,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지분을 70% 매각한 '스타일난다'가 대표적이다. 자세한 출자구조는 알 수 없지만 당시 김소희 대표님은 로레알에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스스로 번 돈으로 사업을 계속 확장해 나갔다. 처음엔 배송일도 어머님과 함께 진행했다고 한다. 


스타일난다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Source: 스타일난다 


하지만 내 사업모델이 처음부터 재료비, 기술개발, 인테리어비용, 보증금, 사람의 고용 등 비용이 필요한 모델이라면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기 위해 추가적인 투자금의 유입이 필요할 수 있다. 이미 시드는 사용했고 그렇다면 가장 간단하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 옵션이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은행에서 덜컥 대출을 받았다가 금리가 올라서 이자부담이 커진다면? 사람에 따라서 이미 주택구입에 풀베팅한 경우 LTV, DSR 때문에 추가 대출 여력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투자는 또 어떤가, 내가 리치 피플들에게 둘러싸인 사람이 아닌 이상 어디 가서 누구에게 투자를 부탁한단 말인가? 게다가 투자에는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대가가 따른다. 투자계약서 작성의 요령도 모른다면 섣부른 투자는 오히려 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첫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 방법'을 소개한다. 




나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총 200억 원의 투자유치와 70억 원의 대출 자금 조달을 성사시켰다. 내가 사업을 할 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한번 경험해 보니 이제는 피와 살이 되는 조언들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창업자들이 가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핵심 조달처를 난이도와 규모 순서대로 소개한다. 다만 모집조건은 계속 바뀌므로 디테일한 조건들은 반드시 공고문을 활용하길 바란다. 



첫 창업인 우리들은 '초보자의 특혜'가 있는 정부 지원 자금을 200%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자금들은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우리나라는 청년의 기준을 만 39세로 정해놓고 청년의 창업을 우대해 주는 곳이 많다. 나이는 어쩔 수 없는 요소이지만 부부 사업이라면 더 나이가 어린 쪽으로 대표를 세우는 것도 옵션이 된다. 


또한 창업 초기 3년, 7년이 중요하다. 창업 3년 이내, 7년 이내에만 받을 수 있는 자금들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미리 법인을 설립해 놓고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 사업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법인 설립과 동시에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시기에 부합하는 자금들을 챙겨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   


모든 정부 지원 자금들은 국회에서 정해지는 예산이 있다. 그러므로 신청시기에 대한 사전 파악이 매우 중요하며 신청 시에는 무조건 '광클릭'이다. 




1. 가장 난이도가 낮은 순한 맛은 신용보증재단이다. 창업자금과 임차자금에 대해 최대 5천만 원까지 보증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보증재단에서는 대표자의 신용을 보증해 준다. 신용을 보증해 준다는 것은 우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갚지 못하더라도 대신 갚아준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대출금액의 1~2% 정도의 1회성 보증료를 받지만 대신 은행 대출금리 또한 낮아져 훨씬 이득이다. 다만 사업의 내용보다 대표자의 신용이 중요하니 평소에 신용도 관리를 해놓는 것이 좋다. (혹 신용도가 낮은 대표님은 햇살론 참조)


각 지역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있으니 자신의 사업장이 위치한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유흥업종이나 사행성업종은 보증이 되지 않는 점도 체크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금액은 적지만 가장 쉽고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 자금조달 방법이니 참고하자. 


서울 신용보증재단에 대한 자세한 내용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대한 자세한 내용



2. 그 다음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다. 중진공에서는 크게 자금지원과 융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첫 번째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는 청년(만 39세 이하, 창업 3년 이내)들에게 최대 1억 원을 지원해 준다. 


투자나 대출이 아닌 '지원'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자금지원을 받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 그러다 보니 선발 경쟁이 치열하고 사관학교에 '입교'후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이수해야 한다. 그리고 최소 주 1회 정해진 곳으로 출근을 해야 하다 보니 투잡으로 창업하는 분들은 다소 빠듯할 수 있다. 하지만 1억 원의 피 같은 사업자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고민해봐야 한다.   


프로그램은 사업을 해나가기 위한 전반적인 내용들로 잘 구성되어 있고, 궁금한 점들을 물어볼 사람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점이 된다. 무사히 졸업한 이후에는 '기수'의 개념도 있어서 동기 회사들과 네트워킹할 기회도 계속 생긴다. 실제로 미래의 토스, 직방, 뱅크샐러드 같은 회사들과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대한 자세한 내용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내용, Source: 중진공


두 번째로 중진공에서 제공하는 융자 프로그램이다. 마찬가지로 만 39세 이하, 창업 3년 이내 기업에게는 최대 1억 원까지 공단에서 직접 자금을 융자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시중금리와 별도로 2%대의 매우 저렴한 금리를 적용받는다. 현재 1등급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5%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매력적인 수준이다. 


다만 중진공의 다른 프로그램들은 모든 창업자들이 참고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특이한 점은 심사과정보다 '신청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공고를 확인해서 모집 기간을 체크하고 해당일에 광클릭으로 신청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대개 중소기업 지원예산이 편성된 1월 경과 추경이 있을 경우 9월 이후에 한번 더 진행된다.  


만 39세 이상이라도 창업 관련 자금 융자가 가능하니 공고를 참고하도록 하자. 각 지역본부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중진공 융자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

 


3. 다음 스텝은 신용보증기금 & 기술보증기금(이하 신보 & 기보)이다. 위 1번 2번은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자금이라면 이곳 신보/기보의 자금부터는 대출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선택적인 자금이다. 


내가 사업규모를 빠르게 키워서 가고자 한다면 추가 보증 대출을 받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1번 2번 수준에서 레버리지를 고정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내가 번 돈으로 사업을 키우는 게 베스트지만, 추가로 레버리지를 키우고자 한다면 신보/기보 중 한 가지의 돌아올 수 없는 테크트리를 선택해야 한다. 신보/기보의 자금은 중복 지원이 불가능하며 각각 고유한 후속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크게 보면 신용보증기금은 거의 모든 사업 모델이 다 신청 가능하다(단, 4차 산업과 연결시키는 것이 좋음). 기술보증기금은 좀 더 기술 특화적인 기업들이 좋다. 어설픈 기술이 아니라 기술 보증서로 따로 평가를 받는다. 


나의 경우엔 신용보증기금을 택했다. 우리 사업에 IoT, AI 등 기술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나, 기술 기업으로 포장하기보다는 창의적인 사업모델로 포장하는 것이 희소성 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먼저 신용보증기금은 최초 스텝업 프로그램으로 10억 원 보증부터 시작해서 테크트리의 최종 단계인 혁신아이콘에서는 200억 원 보증까지 이뤄진다. 첫 사업을 위해서는 당연히 스텝업 보증을 노려야 한다. 대출이지만 보증 대출이기 때문에 금리감면의 효과가 크다. 기업 신용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일반 대출 대비 2%p 이상 금리가 낮아졌다. 


신용보증기금 테크트리, Source: 신용보증기금


또한 매출액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보통 은행대출은 담보 없이는 나오지 않는다. 신보의 프로그램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효과다. 나 역시 사업 초기 중진공 대출을 받은 이후 신보에서 10억 원의 대출 보증서를 받게 되었는데 이 대출금을 활용하여 사업확장을 한 덕분에 최초의 투자유치로 연결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 회사는 Pre-ICON까지 선정된 바 있다.   


평가는 규모가 커질수록 사업성(돈 잘 벌 수 있는지)과 혁신성(모델이 혁신적인지)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간다. 아래 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Pre-ICON 윗 단계인 혁신아이콘에 선정되면 보증한도는 200억 원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쟁쟁한 기업들 리벨리온(반도체팹리스), 피알앤디컴퍼니(헤이딜러), 와드(캐치테이블) 등이 선정된 바 있다.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자세한 내용 


기술보증기금도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과 여러 창업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특이한 점은 IT 기술력에 따라 보증금액에 차등이 생긴다는 점이다. 기술 수준으로 어느 정도의 진입장벽이 있는 셈이지만 확실한 기술적 우위가 있는 분께만 추천한다. 특허권, 실용신안등록을 마쳤다면 더욱 유리하다. 


그리고 신보에 아이콘 시리즈가 있다면, 기보에는 유니콘 시리즈가 있다. 예비유니콘을 거쳐 아기유니콘이 되면 신보와 마찬가지로 200억 원까지 보증 대출이 되므로, 기보 트리를 타더라도 향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예비/아기 유니콘 선정 기업, Source: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자세한 내용

예비/아기 유니콘에 대한 자세한 내용



4.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로 넘어가 보자. 위에 언급한 신보/기보의 첫 단계 보증 프로그램을 고민할 때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 이 팁스 프로그램이다. 이제 최초로 투자의 개념이 도입되니 자금조달 중 가장 매운맛 되시겠다. 


팁스는 개념 자체가 매력적이다. 팁스 운영사(보통 엔젤투자자 혹은 VC투자자)가 인정한 기업에게는 정부가 매칭형태로 자금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다만 운영사의 투자금에 대해서는 우리 회사의 지분을 할애해야 한다. 


지분 개념이 처음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만약 내 회사의 지금 가치가 9억 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팁스 운영사로부터 1억 원을 투자받았다. 그럼 9억 원인 회사에 자금 1억 원이 들어왔으니 총가치는 10억 원이 된다. 그런데 이 10억 원 중 1억 원이 운영사 돈이므로 운영사가 10%의 지분을 갖는 셈이다. 
- 9억 원 = Pre-money value
- 10억 원 = Post-money value
- 1억 원 = 투자금액 = 신주발행금액 


지분을 할애한다니 뭔가 싫을 수도 있지만 받은 1억 원으로 내가 회사가치를 10배로 키워낸다면 내 회사의 가치는 10억의 10배인 100억 원이 되고 이 중 90%인 90억 원이 내 몫이어서 기존 9억 대비 81억 원이 더 커진 것이니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런데. 팁스는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정부가 매칭형태로 최대 9억 원까지 자금을 지원해 준다. 즉 운영사에게 인정받은 회사라면 이 회사의 사업성과 기술력을 믿고 정부도 돈을 출연하는데 중요한 건 이 돈에 대해서는 따로 지분 할애가 없다. 1억에 대한 지분할애만 하고 총 10억 원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진짜 미쳤다. 



정부기관들은 민간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 이후에는 검증 단계를 간소화하는 성향이 있다. 이미 민간에서 꼼꼼하게 한번 검증되었으니 기본검토만 한다는 뜻이다. 또 팁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운영사들이 모두 투자업계에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이후 추가 투자 유치도 용이해진다. 


사업을 크게 키워서 벤처투자까지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런 네트워크는 금맥과 같다. 벤처업계가 워낙 폐쇄적이어서 소개없이는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팁스 투자 없이 바로 시리즈 A를 유치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다시 사업을 하게 되면 투자를 받을지 자체를 고민하겠지만 만약 받는다면 이 팁스는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팁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



5. 마지막은 기타 등등의 총합체인 K-start up 창업지원 포털이다. 위에 소개한 것들 외에 다양한 지원책들을 알아볼 수 있다. 


자금 지원 중에도 쓸만한 것들이 올라오기도 하고 자금지원 외에 사무실을 지원해 주거나 법률서비스를 해준다는 것들도 있다. 각자의 사업에 맞는 게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자. 나의 경우엔 (지금은 사라진 것 같지만) 앞서 나간 벤처기업과의 공동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여기서 찾았고 7천만 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K-start up 창업지원포털에 대한 자세한 내용


 



누군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큰 꿈을 품고 있을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주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글이 길어졌다. 내가 사업을 할 때는 이런 안내나 조언이 없어서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나보다는 좋은 길을 선택해 가시길 바란다. 


온라인 상에 개별 자금들을 소개하는 글들은 많지만, 사업 규모와 난이도에 따라 어떤 경로를 따라 가야 좋은지 소개해주는 글은 없을 것이다. 직접 모두를 경험한 사람만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틀에서 (2) 편을 암시한 이유는, 이런 기관들에서 자금지원을 해주지만 아무나 받지는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속편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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