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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Dec 04. 2024

대표는 답정너, 냉혈인간, 로보트

What the Company Thinks #11

"우리 대표는 답정너, 냉혈인간, 로보트입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갓 40명을 넘겼을 때 HR에서 의견을 물었다. 대표는 어떤 이미지냐고. 

회사를 만들고 5년 차 정도 되었을 때인데 그때까지도 유리멘탈이었던 터라 적잖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고민해서 만들었는데!
지금의 회사가 있기까지 나의 희생을 너희가 알아?! 
 

라고 마음의 소리가 짱짱하게 들리는 듯했다. 그간의 노력을 몰라주고 현재의 상태만 바라보거나, 불만만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마음이 꽁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흘러서 진정이 되자 꽁해있지 말고 직원들과 이야기하기로 했다.  




우리 회사는 타운홀 미팅을 한다. 모든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이야기하고 신규입사자 소개와 특정 주제로 발표도 하는 그런 자리다. 


문제가 있으면 언제나 정공법으로 풀어내던 나였으므로, 꽁했던 마음의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스스로 자기소개 시간을 갖기로 했다. 


ENTJ 빙고 짤과 함께. 진짜 일할 때 완전 내 모습이다. 싱크로율 200%. 



"여러분 저에요. 다들 동의하시죠? 제가 봐도 진짜 저 같아요. (크크) 

오늘은 저에 대해서 이야기해하러 나왔어요. 우리 항상 일얘기만 무겁게 하는 것 같아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었어요. 답정너고 냉혈인간이고 로보트, 맞죠? (직원들 크크)

아 진짜 너무 하신 것 같아요. 저도 대표이기 전에 한 인간이고 상처받거든요. 

여러분들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지만 사실은 집에 가서 혼자 한참 생각해요. 

내가 진짜 그런가? 하고요. 


여러분들은 여러 명이고 저는 한 명이니까 솔직히 제가 견뎌야 하는 무게는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태어날 때부터 대표 아니었고, 몇 년 전까지도 지금 여러분들처럼 앉아 있던 회사원이었어요. 

근데 저한테 뭔가 꿈이 생긴 거예요. 회사를 만들어서 좀 더 큰 일을 해보고자 하는 그런 꿈이요. 


그래서 열심히 잘하고 싶어요. 사업도 성공시키고 싶고 회사도 잘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저도 인간이기에 부족한 게 많아요. 여기 짤에 공감능력 없음도 있고 자기주장이 강함도 있고 

뭔가 차가운 말들이 가득하네요. (유유) 



네, 다 저 맞는 거 같아요. 인정할게요.  


그런데 제가 원하든 원치않든 대표는 답정너고 로보트일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중에 누가 제일 많은 책임을 지나요? 바로 저에요. 

그러다 보니 저는 못나도 여러분들에게 길을 제시할 수밖에 없어요. 

맞고 틀림을 이야기해야 하는 어찌 보면 유일한 사람이에요.


저도 냉혈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대표는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 듣거나 감정적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으면서 밸런스를 항상 유지해야 하고, 절대로 감정적으로 치우쳐서 감정에 기반한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우리 중에 누구는 웃겠지만 누구는 울게 될 거예요. 


저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노력하는 것에는 자신 있어요. 지금은 회사의 사업이나, 업무 프로세스, 문화, 복지 모든 게 다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좋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여러분들 저한테 칭찬 좀 해달라고 많이 하시죠. (흐흐)

전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반성하고, 앞으로 더 신경 써서 확실히 할게요. 그런데 이것도 같이 하나 알아줘요. 

여러분들한테는 칭찬해 줄 사람이 있지만 대표한테는 잘했다고 칭찬해 줄 사람이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앞으로도 답정너, 냉혈인간, 로보트일 것 같네요. 

하지만 더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항상 고생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다들.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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