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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Oct 28. 2024

생애 첫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 (2)

From Desk to Dream #5

당신은 이제 운 좋게도 자금 담당자 앞에서 자신의 사업을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때 어떤 논리로 내 사업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것인가? 이 순간이 자금조달의 성패를 좌우한다. 


내가 처음으로 기관에 가서 사업설명을 할 때는 내 사업이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말을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청년대출 1억 원을 성공적으로 받았지만 그 당시 내 모습을 떠올리면 어설프기 짝이 없다. 


내 사업이 나에겐 내가 낳은 자식 같고 훌륭하게 생각되지만, 수십 개의 회사를 검토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날카롭게 송곳으로 콕콕 찔러주지 않으면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보일 수 있다. 


어렵게 자금 담당자까지 만난 것도 대견한 일이다. 하지만 진검승부는 모두 이 순간에 일어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설득해내지 못하면 사업확장을 위한 자금은 땅을 파도 구할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네 번의 사업 대출을 받았고(일반적인 은행 대출로는 받을 수 없고 우수한 사업성으로 나오는 대출), 세 번의 VC(벤처캐피털) 투자 라운드를 성사시켰다. 최근 연간 회사의 매출액은 150억 정도 되는데 누적 대출금액은 약 70억 원, 투자금액은 약 200억 원이니 내가 만든 가치보다 조달한 금액이 훨씬 크다. 이는 나의 피칭이 담당자들에게 설득력이 있었다는 반증이다(물론 이 돈으로 나는 매출액을 지금의 5~6배로 만들 계획이다).   


처음부터 무슨 미다스의 손처럼 피칭하는 족족 담당자들의 좋아요를 받았던 건 아니다. 모든 일에는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엔 지금까지 자금 조달 피칭을 족히 100번은 한 것 같다. 그 말은 대략 90번 정도는 실패했다는 말이다. 


초반에 내 실력이 미천해서 그런 것도 있고, 거시경제 환경이 얼어붙으면서 나의 주장이 허공에 외침이 되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100번의 연습은 나의 굳은살을 더욱 단단하게 했고 결국은 나를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사업성만 뒷받침되면 나는 어떤 상대든 내 말로 설득할 자신이 있다.  




대출과 투자유치의 설득 논리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는데 공통점 먼저 이야기하자.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제품의 수익모델을 숫자로 설명하는 것이다. 즉 내 사업모델이 하나를 팔 때 어떤 구조로 얼마의 돈을 벌 수 있는가를 제시해야 한다(좀 더 있어 보이게 말하면 Unit Economics).


예를 들어 내가 담당자 앞에서 끝내주는 볼펜을 판매할 거라고 말한다. 이 볼펜에서는 향기도 나고 디자인도 예쁘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고 지금까지 이런 볼펜은 없었다고 이야기한들, 이건 다 사족에 불과하다. 담당자는 결론적으로 이것이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저 볼펜 하나 팔면 얼마 남지? 

이 볼펜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가 필요한데 잘 모르겠으니까 대충 플라스틱, 잉크, 펜촉이라고 가정해 보자. 플라스틱은 1kg에 10,000원에, 잉크는 500ml에 10,000원에 살 수 있고 펜촉은 개당 50원이다.


플라스틱 1kg으로는 2,000개의 볼펜을, 잉크 500ml로는 5,000개의 볼펜을 만들 수 있다고 하자. 그리고 공장에서 제조하는 비용이 MOQ(최소주문수량) 1,000개에 1백만 원이다. 그럼 계산해 보면 볼펜 1개 만드는데 들어간 제조원가는 1,057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볼펜을 2,000원에 팔 생각이다. 그럼 원가를 제하면 1개를 팔았을 때 남는 돈은 943원이고 마진율은 약 47%다. 이게 '제품의 수익모델'이고 바로 이것부터 담당자의 머릿속에 빡 심어줘야 한다. 


- 볼펜 1개 당 플라스틱 원가 5원
- 볼펜 1개 당 잉크 원가 2원
- 볼펜 1개 당 펜촉 원가 50원
- 볼펜 1개 당 생산비용 1,000원
- 볼펜 1개 당 총 제조원가 1,057원 
- 볼펜 1개 당 마진율 47%!!



두 번째 포인트는 내 모델의 검증이다. 위에서 내 볼펜이 끝장나게 멋진 볼펜이라고 했는데 그럼 과연 시장에서 실제로 팔렸는지, 내가 제시한 대로 이익이 나왔는지 보여줘야 한다. 


향기 나는 볼펜이 사업성이 있는지 긴가민가하던 담당자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건 실제로 팔린 데이터다. 그러므로 검증단계까지 완수하기 위해선 시드머니를 활용해서 어떻게든 팔아봐야 한다. 아이디어만 있는 것과 작더라도 실증 데이터가 함께 있는 것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 천지차이다. 내 제품이 신박하면 할수록 담당자는 이게 팔린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 한다. 


판매를 위해 제대로 광고나 마케팅을 할 비용이 없다고 한다면 좀 더 작게 시작하길 바란다. 지인의 지인을 수소문해서 문구점에 비치해서 판매할 수도 있고, 당근마켓을 이용해서 손품으로 팔아볼 수도 있다. 좀 더 세련되게는 릴스와 숏츠를 이용해 볼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엔 30평의 작은 사업장에서 제품을 팔았고, 전단지부터 돌렸다. 2,000장이 넘는 전단지를 직접 가방에 싸들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뿌렸다. 하지만 별 반응이 없어서 150만 원으로 네이버에 검색광고를 돌렸고 결국 석 달만에 완판 시켰다. 


결국 [사업모델 + 판매검증]을 세트로 내세워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10억 원의 사업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내가 만든 매출액은 연 1억 원이 채 안 되었지만 이보다 10배가 넘는 자금조달을 한 것이다.


간혹 시장 검증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자금조달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이는 확률을 훨씬 떨어뜨린다. 



세 번째로 자금 담당자들의 관심은 '그 시장이 얼마나 큰가'이다. 이건 '모델 훌륭하고 실제로 판매도 되는데, 과연 맥시멈으로 얼마까지 팔릴까'에 해당된다.  


구글링 해보니 국내 볼펜시장 규모는 대략 3천억쯤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문구류로 확장하면 4조 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럼 나의 제품 1호인 향기펜은 3천억 시장 중 5%를 가져올 것이고(penetrate), 나중에 출시할 문구류로 문구 시장의 2%를 타겟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만 해도 매출액은 950억 가량 된다.        


타겟 시장이 3천억 시장이면 조금 작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어차피 나는 시장의 일부를 가질 것이므로) 확장적인 시장이 또 4조 원이 있으므로 이는 충분히 큰 시장이다. 충분히 큰 시장의 1% 또한 크기 때문에 마켓 사이즈가 큰 것이 무조건 좋다. 


만약 나의 타겟 마켓 사이즈가 작다면 그중에 상당히 의미 있는 셰어를 가져와야 한다. 3천억 시장이라도 내가 30% 이상을 점할 것이라고 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사이즈가 된다. 



네 번 째는 내가 왜 남들보다 볼펜사업을 잘할 수 있는지다. 볼펜을 파는 수십 개의 회사들 중 내가 어떤 점 때문에 그들보다 잘해서 그들의 것 중에 5%를 내 것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사실 우리 집안이 대대로 볼펜 제작의 명가여서 지금 4대째 명품볼펜을 만들고 있다거나, 아니면 내가 다이소 MD와 네트워크가 있어서 다이소매장에는 반드시 들어갈 수 있다거나, 이도 아니면 내가 사실 잘 나가는 생활용품 인플루언서여서 내 트래픽에 태워서 판매할 수 있다거나 등등. 


자신이 가진 무기와 논리로 내가 남들보다 왜 더 이걸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입체적인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누가 향기펜을 금방 모방할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가 자금 담당자가 듣고 싶어 하는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요소였다. 양념으로 덧붙인다면 미래에는 향기펜을 넘어서서 향기 나는 변신 완구로봇까지 만들 모델의 확장성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로 말할 수 있다. 


간단하게 요약했지만 막상 자료로 만들고 구두로 이야기하려고 하다 보면 처음에는 잘 안 될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가 역량을 계속 개선해 나가면 뇌가 이를 알아차리고 도파민으로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한다. 도파민은 집중력을 더 높이 끌어올리므로 몰입에 빠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퍼포먼스 분야의 전문가인 스티븐 코틀러께서 저자 <멘탈이 무기다>에서 하신 말씀이다. 그러니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전문가처럼 된다. 포기하지 말자.  


멘탈이 무기다 by 스티븐 코틀러



마지막으로 대출과 투자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대출 담당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상환 가능성이다. 사업성과 혁신성도 평가하겠지만 대출금을 상환하려면 결국 사업모델의 현금창출력이 좋아야 한다. 사업모델이 역대급으로 참신하고 멋져도 현금창출력이 없어서 상환이 불투명하다면 대출을 못 받을 확률이 크다. 최근 유행하는 많은 AI 회사들 중 수익모델이 자리 잡히지 않은 회사들은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투자 담당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의 성장성이다. 보통 벤처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은 명목 상 연 8%이고 실질적으로는 연 50%까지도 본다. 그러려면 모델 자체의 빠른 확장성에 관심이 많을 것이므로 마켓사이즈가 얼마나 큰가 와 내가 왜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니 여기에 포커스를 두자. 



사업을 확장하다 보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자금조달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이를 위해 (1) 편에서는 어떤 경로로 자금조달 창구를 찾으면 좋을지를 설명했고, (2) 편에서는 담당자를 설득하는 로직에 대해서 살펴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내 사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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