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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선 Aug 19. 2024

아디오스 포르토!


새벽 3시 30분에 깨어 뒤척이다 깜빡 잠들었나 벌써 9시가 돼 가고 있다.

여유롭고 한가하게 지낸 6일간의 포즈 지역에서의 추억을 마무리할 때이다.

커피를 내리고 포르투 만두를 데워 아침을 대신하니 어느덧 정오를 넘긴 시각, 밖으로 나왔다.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와 굉음을 내는 파도 소리가 지척이다.

도우루 강이 애틀랜타 오션과 만나 

거센 조류와 부딪치며 격랑을 이루는 바다를 마주하고자 해안가에 자리 잡고 앉았다.

눈앞에서 수십 마리의 갈매기가 마치 파도와 겨루기라도 하듯 바다를 터치하고 힘차게 날아오른다.

몸뚱이가 떠밀릴 것 같은 강한 바람에 맞서며, 

높은 파고를 눈에 담으며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시간이 그윽하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바다에서만 상상할 수 있는 무한 자유를 느끼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면서 내 삶도 닮았다는 생각에 미친다.

살아가는데 한 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준 우리의 여행이 잘 마무리될 수 있어 

이곳 포즈에서의 추억은 두고두고 생각날 것이다.


대서양 바다를 품은 부자동네 포즈 마을은 고즈넉했고 인기척도 별로 없다.

다들 어디 갔을까? 

한적한 골목을 느린 걸음으로 거닐다가 '몬트라 부티크' 앞에서 약속처럼 발걸음을 멈춘다.

큰 키와 금발의 인상 좋은 여자 사장님의 환대를 받는다.

한국인이라 호기심이 발동한 걸까? 사장님은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무척 즐거워하신다.

각 나라 브랜드 의류 및 잡화가 진열된 물건 중에 각자 골라낸 옷들을 껴 입고 인증 사진도 찍었다. 

요양원에 계신 엄마의 선물로 따뜻한 털 조끼를 구입하는 동생이 내심 부럽다.


파랗던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또 한차례 비가 내릴 것 같다.

건물과 건물사이로 보이는 도우루 강의 거센파도는 여전히 하얗게 포말을 뿜어내고 있다.

이번엔 동네 마트를 털러 갈까? 

포즈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드나들던 자그마한 마트는 정리 정돈이 잘 돼 있다.

싱싱한 생선이 넘쳐나고, 신선한 야채가 소포장으로 진열돼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종류별로 진열된 와인들 중에 '집 나간 돼지' 라벨이 붙은 재미있는 와인을 구입한다.

무엇보다 마트에서 갓 구워낸 따끈한 빵을 기다리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포르투에서 마지막 날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바다 등대를 마주하는 보아비스타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오래된 호텔이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과 푸른 아줄레주가 인상적인 호텔 입구를 지나 바 라운지로 올라갔다.

재즈음악이 바 공간에 그윽이 흐르고 하루 종일 성난 파고를 일으키던 바다도 잠잠하다.

사람 좋아 보이는 친절한 지배인 호세의 환영을 받으며 로컬 맥주 슈퍼복을 시켰다.

호세는 우리를 계속 살피면서 부족한 안주를 채워주기도 하고 동생과 뭔가 열심히 대화를 이어가며

아낌없는 친절을 베풀어 주어 우리의 마지막 밤을 감동으로 채워준다.

드로잉북을 펼쳐 호세와 바의 내부를 그려 호세의 사인도 받는다.



35일간의 스페인, 포르투의 여정을 떠올리며 각자의 여행에 각자의 생각이 스며드는 고요한 시간을 보낸다.

제주에서의 오랜 인연으로 함께 여행길에 나서 준 친구,

목소리로 감동을 주고 눈물 흘리게 하는 친구,

활기찬 에너지로 상대방에게 위로가 되는 친구,

포르투의 오래된 화방에서 구입한 저널 북 선물 고마워.

얇은 냅킨 위에 그려준 나의 초상화도 잘 간직할게.



언니들 데리고 다니느라 애쓴 동생

논술 강사님 다운 유려한 문장력과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그녀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따라나선 내게 매번 놀라운 반전을 가져다주는 지혜로운 그녀

여행 내내 막힘없이 모든 일정을 잘 이끌어 줘 고맙다.


함께한 시간만큼 우리의 우정도 깊어 졌을거라 믿어 본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오롯이 걷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도 결국은 콤포스텔라 성당 앞에 도착했고

뻐근한 여운이 가슴으로 코끝으로 전해지던 그날의 감동도 잊지 못할 것이다.



포르투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현란한 빗줄기가 창에 부딪치며 떨어지는 빗방울이 조명 빛에 찬란하고 아름답게 반짝인다.

우리의 여정이 대부분 비와 함께 했지만 비로 인해 그리움이 더 커질 것을 예감한다.

탁 트인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햇볕보다 따스한 사람들 그리고 최고의 재료로 만든  대구요리 바칼라우

포르투갈 사람들의 모든 삶과 닿아 있는 블루 아줄레주

모든 순간순간이 기억에 깊게 각인 될 나라 포르투갈

가파른 언덕길 울퉁불퉁한 돌바닥 위를 구르는 캐리어의 바퀴 소리조차 마음에 남는다.

세상의 끝에서 다시 새롭게 마음을 고쳐먹은 나만의 기도도 담아본다.



포르투를 출발 두 시간 반을 날아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했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파리에서의 여정을 시작해야 하지만 

각자 하던 일을 미루고 출발했던 바람에 더 이상의 여정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언젠가 다시 오면 될 일이다.

바람이 차갑고 비가 온다. 사람들의 옷매무새가 두툼해졌다.  


떠나올 때 보다 두 배로 많아진 짐 보따리를 끌고 

뛰다시피 택시를 타고 50여 분을 달린 후 드골공항에 도착했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라운지에 도착하니 공항 내부가 아늑하고 근사하다.

한 쪽에는 누구나 연주할 수 있도록 피아노가 놓여 있다.

성악을 하는 친구는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Yesterday 

Can't help falling in love 

두 연주곡이 흐르는 순간 지난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가슴이 뭉클하다.

now I Iong for yesterday~ 지나간 어제가 사무치게 그리워질 것이다.

falling in love with you~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항 라운지의 부산함이 연주곡으로 인해 차분해진다.

인천행 비행기가 저녁 7시에서 50분 늦춰진 탓에 드골공항에서의 사색의 시간도 길어진다.


그림도구를 챙겨 처음 떠났던 유럽여행

어설프더라도 현장에서 직접 그리거나 감성을 건드리는 사진들을 보고 그린 그림들을

차곡히 쌓아 추억으로 보관한다. 

훗날 그림 속에서 다시 여행할 것을 기대하면서

아직 미처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찾아 스케치북에 담을 수 있는, 

다시 떠날 그날을 꿈꾼다.


아디오스 포르투!~




** 끝까지 읽어 주시고 댓글로 용기 주시어 그림과 함께 스페인.포르투갈 여행기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구독해 주시고 라이킷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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